10만이나 되는 영혼들이 한 번도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어가는데 우리는 누구 한 사람 관심도 갖지 않았다니….

서부 아프리카에는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종족들이 많이 있다. 교회가 없는 마을도 많다. 이 지역의 주민들 대부분은 미신을 믿지만 상당히 넓은 지역에 이슬람이 전파되었다. 기독교는 그나마 활발하던 지역에서도 그 열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고 있다. 아프리카 선교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가 이렇게 약해진 데는 서구 강대국의 침략정책과 함께 복음이 전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기독교 선교는 강자의 선교로 인식된 측면이 컸다. 이슬람은 반대로 약자들을 돕고 섬기며 선교했다.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렇게 접근해 오는 이슬람을 반대할 리 없었다. 일단 이슬람이 확산되면 정치세력으로 변했고, 이슬람 정권을 세워갔다. 여기까지 이르면 이슬람의 원리대로 나라를 통치하고 사회체제를 바꾸어 버린다. 지금은 북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사하라 사막 남부지역까지 이슬람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개척선교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은 이런 위기감 때문이기도 했다.

#이슬람으로 물드는 아프리카

이번에 찾아나선 종족은 쿠랑코 종족. 통계상으로 보면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종족이다. 아직 번역된 성경도 없고 자료가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선교의 기초를 놓아야 뭔가 일이 시작될 수 있는 종족이었다. 쿠랑코 종족을 찾아 떠난 여행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1년 동안 사용할 물이 집중적으로 내린다는 우기여서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고 검문소와 국경을 넘어 갈 때마다 실랑이를 벌였다. 국경을 넘어 운행하는 차를 구해, 바퀴를 트럭같이 높게 개조했음에도 정글을 통과하다가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도저히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라는 영화의 배경이었던 고노 지역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상황을 점검했다. 일단 길을 알아내는 것이 우선순위였고 그 종족의 언어를 구사하며 영어를 아는 통역자를 구하는 것도 과제였다. 이런 아프리카 정글 한복판에서 그렇게 준비된 사람을 만나기란 마치 북극에서 코끼리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찾은 다이아몬드

그러나 이번에도 주님의 기적적인 간섭이 있으리라 믿었다. 과연 기적은 일어났다. 쿠랑코 족 형제를 만났는데 그는 영어도 제법 잘하고 그곳 지리도 훤했으며, 게다가 예수를 믿는 형제였다.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지역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의 누나가 도시에 가서 일을 하다가 예수를 믿었고, 돌아와 그에게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두 남매가 예수를 믿고 전도를 하기 시작하자 무슬림이었던 부모가 남매를 집에서 쫓아냈다. 남매는 이곳 저곳을 배회하였고, 무고하게 감옥에도 갇혔다. 그러다가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였다. 이 형제는 누군가 와서 도움을 준다면 쿠랑코 족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어 했다. 자기를 쫓아낸 부모에게 돌아가 분명한 구원의 길을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주께서 그 민족을 개척하기 위해 예비해 두신 ‘다이아몬드’ 같은 형제였다.
이 형제와 쿠랑코 족 개척 계획을 세웠다. S시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베이스 캠프에서 열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였다. 교회도 없고, 선교 사역도 시작되지 않은 도시였다. 이번에 우리가 들어가 최초의 거점을 확보하고 몇 개월 후에 의료팀을 보내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모든 채비를 하고 S시로 향했다. 차가 갈 수 있는 곳까지 들어갔다. 그렇게 쏟아지던 소나기도 그쳤다. 걷기 좋은 날이었다.

#뙤약볕 아래서 12시간을 걸어

길은 온통 날카로운 풀로 뒤덮여 있었고, 팔목을 스치기만 해도 피가 배어 나왔다. 아프리카 날파리와 벌레들은 아무리 내쫓아도 도망가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그렇게 좋아하고 감사하던 우리들 입에서 쨍쨍 내리쬐는 태양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여섯 시간이면 도착한다는 도시는 두 배나 더 걸려서야 나타났다. 인근의 크고 작은 마을들을 모두 합쳐 인구가 1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마음이 아려왔다. 10만이나 되는 영혼들이 한 번도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어가는데 우리는 누구 한 사람 관심도 갖지 않았다니…. 예수님은 한 마리 잃은 양을 말씀하셨는데, 수십만 명, 수천만 명이 잃어 버렸다 해도 눈 깜짝하지 않는 우리들이라니.
일행은 인근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아직 예수가 구원자라는 사실을 알지도, 듣지도 못한 영혼들을 대신하여 주의 이름을 높이 찬양했다. 쿠랑코 족을 위하여, 그 종족을 대신하여 복음의 씨앗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함께 간 형제자매들은 머리를 한 가닥씩 뽑아 땅에 묻었다. 우리 몸의 한 부분인 그 머리카락이 이 땅에 묻혀 있는 동안 이 사람들과 마을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표시였다.
첫 발자욱은 이렇게 찍혔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도와주는 교회가 뒤따라야 한다. 기도와 물질과 인적 자원이 공급되어야만 다음 스텝을 나아갈 수 있다. 가진 자들이 나누지 않으면 우리가 가진 그 은혜는 이런 영혼들에게까지 흘러가지 않는다. 주께서 누구를 통해 새 일을 이루어 가실지 기대하며 기도한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에서 개척선교 책임자로 사역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