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거동 못한 김주혜 씨… 이랜드 복지재단 인공관절 수술비 전액 지원

사진설명: 밝게 웃는 김주혜 씨(좌)와 어머니(우)

17년 동안 기다린 외출
씩씩한 골목대장이었던 주혜 씨에게, 꽃다운 26살 아픔이 찾아왔다. 전신 류마티스 관절염. 팔꿈치, 손목, 손가락 관절이 모두 굳어 버렸고, 두 무릎이 굽어지지 않아 도저히 걸을 수도 없었다. 집이 2층이라 계단을 걸어 내려오지 못하여 17년간 집은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세계였다.
주혜 씨는 2005년 11월, 이랜드복지재단 사이트에서 ‘희망을 찾아 줍니다’라는 글귀를 보고 수술비 신청을 했다. 그리고 인공관절 수술비 전액을 지원 받아 굽힐 수 없던 다리를 펼 수 있게 됐다. 주혜 씨가 드디어 방안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일 계단을 내려가 햇볕 드는 곳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어요. 십 수 년 동안 햇볕 구경을 못해서 몸과 마음에 곰팡내가 났었는데, 햇볕을 쬐며 몸과 마음을 정화 시킬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집 안에서 17년간 갇혀 살았지만 주혜씨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없다. 그것은 바로 주혜 씨를 위해 매일 새벽기도를 나가는 ‘어머니의 힘’이다. 찬 새벽, 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 주혜 씨의 어머니. “참 용해요. 딸애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였어요. 그 모습을 보니 저도 포기할 수 없었고요.”

다시 내딛는 발걸음
인공관절 수술로 병원에 입원할 때 주혜 씨는 업혀서 들어갔지만, 퇴원 할 때는 힘들게라도 계단 손잡이를 잡고 스스로의 힘으로 계단을 내려올 수 있었다. 거기서 어머니와 주혜 씨는 ‘기적’과 ‘희망’을 보았다.
몇 달 전 오랜만에 주혜 씨에게서 메일이 왔다. “하루에 열 두 번은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가기로 결정하고 차표예약을 했습니다. 계단 내려오는 것으로도 족하다고 했던 수술이었는데 이젠 서울까지 갈 기회가 왔으니 앞일은 참으로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서울 양천구청이 주최하는 ‘휠체어장애인 문화예술제’에서 문학상 부분 장려상을 수상한다는 소식이었다. 서울까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 찾아가기로 며칠을 고심 끝에 결심한 것이다. 수상식장에서 만난 주혜 씨는 자신감이 한층 붙은 얼굴이었다.
“하나님이 다음에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는 말을 남긴지 정확히 1달 후 다시 주혜 씨가 서울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엔 한국여성발명협회에서 주최한 ‘2007 장애여성발명아이디어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다는 것이다. 제2의 다리인 목발이 물길에 잘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바닥에 고무가 달린 실내화에 구멍을 뚫고 그 곳에 목발을 끼우는 아이디어였다. 주혜 씨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주최 측에서는 ‘미끄럼 방지 목발’을 제작하여 장애인복지관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혜 씨를 통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발견할까.


희망과 마주하기
오늘도 주혜 씨는 의자에 앉아 가지런히 굽혀진 다리를 본다.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꼬아본다. 17년간 불가능했던 일이 어머니의 기도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졌다. 세상에서 희망을 잃은 자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말을 삶으로 보여주기 위해, 주혜 씨는 오늘도 담담히 세상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절망은 없나 봅니다. 끈질기게 참고 인내하면 희망이 찾아오는 것을 믿습니다”
길고 긴 아픔 끝에 조우한 희망을 얘기하는 김주혜 씨의 고백이 지금도 홀로 싸우고 있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울려 퍼져 나가길 바란다…
(주혜 씨는 희망이 계속 이어지도록 글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 주혜 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juhyekiss@hanmail.net

(박스)
이랜드복지재단은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 일한다’는 경영이념에 따라, 매년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여 국내외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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