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대로 감사합니다 | 글 박경희, 그림 김인옥, 두란노 펴냄
‘김혜자와 차 한 잔을’ 구성작가 14년 쓴 기도문들…잔잔한 감성 속에 녹아있는 희망의 줄기 큰 울림

가만히 생각해보면, ‘감사’의 동의어는 ‘행복’이다. 둘은 친구처럼 붙어 다니며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감사하는 마음이 들 때, 그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것은 행복한 느낌이었다. 뒤짚으면, 행복할 때 감사하게 된다. 둘은 쌍둥이다. 이 책 속에 이런 글이 나온다.
‘어느 날, 길에서 머리띠를 파는 아주머니가 점심식사를 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누런 양은 도시락에 꾹꾹 눌러 싼 밥에 열무김치, 멸치, 고추장을 넣고 비빔밥을 해 먹더군요. 리어카 주위는 젊은이들로 바글거리고 자동차는 쌩쌩 달리는데, 아주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눈치를 본다거나, 먼지가 들어갈까 걱정하는 표정이 전혀 없었어요.’
거리에서 우연히 이런 장면을 본 저자는 ‘밥맛 없다고 심드렁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살맛이 안 난다고 투정을 부린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이었는지를 깨달은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며 자신을 추스렸다는 이야기다.

헌데, 기자는 저자의 이 글을 읽으며 조금은 다른 생각을 했다. 바로 ‘행복의 조건’에 관한 생각이었다. 우리에게 과연 객관적인 행복의 조건이 있을까? 길거리에서 식사하는 이의 모습은 두 가지 시선으로 읽힌다. 하나는 비참함이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거리에서, 거지처럼 식사를 해야 하는 이의 모습은 비참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열무김치에 멸치, 고추장을 넣어 썩썩 비벼 장사의 고단함과 허기를 메우는, ‘눈치를 본다거나, 먼지가 들어갈까 걱정하는 표정이 전혀’없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비참하다고 보기에는 너무 ‘건강’하고 삶의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저자가 아주머니를 보며 자신을 반성하고 삶의 의욕을 북돋우게 되는 것은 사실 그 아주머니의 적나라한 삶의 의욕과 건강함에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감사의 조건은, 행복의 조건은, 객관적인 잣대가 무의미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대로 감사’할 수 있을 때, 행복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려 14년 이상을 한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기도문을 써왔던 저자의 기도 속에는 그런 행복과 감사의 조건들이 가득하다. 한 인간이자 여자이며 어머니로서 일상 속에서 겪어가는 자잘한 기쁨과 슬픔, 희망들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의 기쁨이고 슬픔이며 희망이다. 저자는 그런 우리 모두의 자잘한 기쁨과 슬픔, 희망을 통해 하나님께 감사를 돌린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감사를 담은 저자의 기원들을 읽어나갈 때 우리 안에 일어나는 변화는 다름 아닌 ‘치유’와 ‘회복’이다.

저자 박경희 씨는 오랫동안 방송 글을 써온 구성작가이자 소설가이다. 극동방송의 ‘김혜자와 차 한 잔을’ 전담작가로 2006년 3월 한국프로듀서연합회가 주는 ‘한국방송라디오부문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그림을 그린 김인옥 씨는 강남대 강릉대 서울교대 홍익대 고려대 강사로 활동했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하남시 미술대전, 신사임당 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주변 풍경과 자연을 따뜻하고 초자연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지홍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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