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교수님은 현재 연세대학 용재특임교수로 청년들의 길잡이 역할을 위해 노력과 헌신을 아끼지 않으며, 또 기독교 신앙서적 출판에도 열심을 다하는 분이다. 차분한 말투와 침착한 행동이 매력인 김 교수님. 그분과의 첫 만남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버지의 소개로 처음 그 분을 뵙던 날, 대화가 끝나갈 무렵 김 교수님이 갑자기 “기도로 대화를 마무리하자”고 하면서 필자에게 기도를 시켜 깜짝 놀랐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가 거듭 될수록, 김 교수님은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무리하는 기도에 의지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2004년 10월 어느 날, 김 교수님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주기철 목사님의 순교기 ‘나의 아버지 순교자 주기철 목사’(주광조 지음)를 읽어 봤나요?” “아직 못 읽어 봤습니다.” “한번 읽어 보고, 권 군이 영화 공부를 했으니까 시나리오로 써 보면 어떨까 해서요.” 갑자기 걸려온 엉뚱한 전화에 당황스러웠다.

호주에서 졸업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영화제작을 전공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꿈을 품고 있기는 했지만, 기독교영화를 데뷔작으로 선택할 마음은 없었다. 일반영화를 제작하면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뒤 기독교영화를 마지막 작품으로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을 뿐이다. 게다가 첫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라니… 앞이 막막했다. “교수님, 저는 아직 장편 시나리오를 써 본 적이 없어서 그 작업에 적절한 인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자 김 교수는 나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용기를 주셨다. 그래도 자신감에 불이 붙지 않아 “교수님, 주변에 혹시 더 적합한 인물이 있는지 찾아보시고 그래도 정 없다면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라는 거절 아닌 거절로 황급히 통화를 마무리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평소 주기철 목사님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깊은 사연은 잘 몰랐기에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았다. 얇은 책은 순식간에 읽혀졌고, 마지막 장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핑 돌았다.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이렇게 감동적인 내용을 다른 사람이 영화로 만들기 전에 내가 먼저 만들어야겠다!’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겠냐마는, 김 교수님이 다른 시나리오작가를 섭외하는 것을 말려야 겠다는 생각에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교수님, 늦은 시간에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다른 작가 섭외하셨나요?” “아니요” “교수님, 시나리오 제가 쓰겠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그 누구도 주지 않고 제가 영화로 만들 것입니다!” 김정주 교수는 나의 전화에 크게 기뻐하시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그리고 그 후 기도로, 또 여러 모양으로 큰 도움을 주셨다.
주기철 목사의 순교적 삶을 다룬 영화 <그의 선택>은 기도하는 사람 김 교수님의 뜻밖의 제안 그리고 힘찬 응원 속에서 그렇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권순도

영화 <그의 선택>의 젊은 감독.

                                                                                                10월 영화 제작 과정 중 모은, 주기철 목사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영화 <그의 선택>은 오는 11월 DVD로 출시된다. (club.cyworld.com/his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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