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의 그녀는 맑고 고운 얼굴로 웃고 있었습니다. 환자복을 입었지만 웃음에 가려 환자복 쪽으로는 눈이 가지 않았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그녀는 자신의 신장 한 쪽을 떼어 주는 힘든 그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얼굴에선 빛이 났습니다.
윤정희 전도사, 목사인 남편과 함께 대전의 외진 마을에서 ‘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공부방을 열고, 홀몸 노인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드리고, 찾아가 집안 청소를 해준다고 합니다. 그만큼 살아도 하나님께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데 신장까지 떼준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이유가 더 곱습니다.

윤 전도사는 남편과 네 아이를 입양하여 키운다고 합니다. 세 번씩이나 아이를 유산한 끝에 입양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둘째 아이 하선이가 입양할 때부터 폐쇄성 모세기관지염으로 앓았습니다. 일곱 살이 되면 폐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까지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 하선이어서 더욱 손이 많이 갔고 마음을 더욱 주었는데 열 살인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바로 그 감사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선이에게 건강을 주셨으니 나도 누군가에게 건강을 줘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연락하여 그녀의 연락처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인터뷰를 원하지 않아 연락처를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합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못 알아낼 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멀리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그 거리조차도 그녀의 삶이 전해주는 열기를 식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그녀처럼 뜨겁게 살아가는 이들로 말미암아 겨울이 오더라도 두렵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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