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 있는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는

펌프가 하나 놓여져 있었어요.
펌프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한 여름에 발을 담갔다가도 금방 튀어 나와야 할 정도였지요.
물을 퍼 올리려면 먼저 펌프에 물을 한 바가지 부어주어야 했는데
이것을 마중물이라고 하더군요.

일이 많고 바쁠 때면 마음이 메마르기 십상이지요.
축 쳐져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불평을 늘어놓으며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펌프질을 해 봅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먼저 붓지 않은 펌프에선 물이 나오지 않더군요.

어제는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 컴퓨터 앞에 앉아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고는 무작정 글을 써 내려갔어요.
예수님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지요.
힘든 것, 사람에게 서운한 것, 맘속에서 화가 나는 것들을 솔직하게
다 썼다가는 저장하지 않고 지웠어요. 누가 보면 안 되거든요.
비록 두서도 없고 사람들 앞에 들키면 안 되는 창피한 마음이지만
예수님 앞에서는 얼마든지 용납이 되지요.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고 생각을 풀어내다 보니
빙산의 일각처럼 눈에 보이는 작은 것에만 집중되던 내 시선이
보이지 않던 더 소중한 것들에 눈을 뜨게 되고
어느 새 글의 마지막은 감사로 끝나고 있었어요.

실상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했거나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가운에 내가 서 있음을 발견하고는 잠잠하게 되었지요.
예수의 이름을 먼저 부었더니 시원한 물이 길러지네요.
예수 믿으세요.
그 이름이 있어야 물을 얻을 수가 있어요.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