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어느 목사님의 단행본 출판을 도운 일이 있습니다. 목사님은 진보적인 교회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오신 분이었고, 그분으로서는 생애 마지막 책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당신의 온 마음을 쏟아 한국교회의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교회의 갈등을 마음 아파하며 하나 됨을 당부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마지막 목소리가 어떻게든 많은 젊은이들, 특히 보수적인 교회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지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보수적인 교회로부터 존경을 받는 목사님의 추천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 목사님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서로를 인정하신 관계였으므로 그런 시도가 뜬금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추천하기를 거절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추천이 성사되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실제로 서점에서 책을 살 때 구매의 조건으로 따라붙던 항목 가운데 하나가 그 책을 추천하는 사람이 누군인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책의 장르나 주제에 따라 추천하는 사람을 다르겠지만 기독교계 출판물의 경우는 그것이 자주 중복되는 편입니다. 유명세를 가진 분이거나, 존경을 받는 분이라면 자주 추천인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몇몇 목사님들의 경우는 단골로 등장하시지요.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추천하는 사람이 누구냐, 그것만 보고 책을 고를 수가 없어졌습니다. 몇 권 샀다가 실망했기 때문이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자와 친분관계에 있거나, 그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와 친분관계가 있어 선뜻 추천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는 큰 교회들은 많은 수가 출판사까지 운영합니다.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관계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교회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에 더 관심이 많이 가겠지요.
누가 추천하는가, 그것은 책을 선별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쉽게 추천하여서도 안 되고, 유명세만 믿고 추천을 받으려 해서도 곤란합니다. 그를 믿고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그것은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직한 추천문화를 바라는 까닭은 그래서입니다. 인정에 끌려 추천하는 일도, 관계에 얽혀 추천하는 일도 삼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관계나 인정 그 이전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책의 홍수시대, 많은 선별기준들이 작동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준들 가운데 무엇보다 추천자가 누구인가, 하는 기준만큼은 정직하게 작동하면 좋겠습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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