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조심스런 이야기를 꺼내야겠습니다. 기독교계 출판물들을 보면서 갖는 느낌 한 가지는 ‘정성 부족’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측면에서 그런 느낌을 갖지만 무엇보다 주어진 원고에만 매달리는 듯 보입니다.
이제 한 권의 책 속에는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저자의 원고라는 1차적 효과를 극대화해냄으로써 그 가치를 갖습니다. 표지, 본문 레이아웃은 말할 나위 없고, 심지어 저자의 1차적 원고를 보완해줄 2차적 원고까지도 기획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1차적 원고를 해체하여 전혀 다르지만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하는 새로운 집을 건축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세련되면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흐름과 구성을 새로이 잡아내는 능력이 편집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상품성’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독자들의 심리까지 읽어낼 줄 알아야 하고 시장의 경향도 파악하여야 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기독교 출판물들은 1차적 원고에만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정성 부족’으로 보이는 까닭도 그 때문입니다. 필자와 독자 사이에서 출판사가 그저 원고를 교정보고 책으로 뚝딱 묶어내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물론 필자-출판사-독자,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춰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 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 출판사인 듯해요.
때로는 독자의 편에서 꼭 필요한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해야겠지요. 이런 책은 필자의 영향력에만 기대지 않더라도 상품성에 책의 가치까지 갖춘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출판시장에 나와 있는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많은 경우 그런 출판사의 ‘정성’을 발견합니다. 그저 좋은 필자를 만나서 베스트셀러를 ‘되는’ 경우보다 오히려 좋은 원고에 번득이는 출판사의 능력이 더하여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기독교계 방송사들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설교자들을 중복 출연시킴으로써 시청률을 유지해가는 의존적 방송에 기대는 것처럼, 몇 안 되는 유명필자를 만나야만 ‘뜬다’는 필자 의존적 생각을 떨쳐낼 만한, 보다 자유롭고 유능한 출판인들의 발굴을 기도해 봅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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