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가룟 유다 딜레마 | 김기현 지음, IVP 펴냄

문제는 어떤 면에서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애매모호하고 말장난 비슷한 표현은 그러나 <가룟 유다 딜레마>를 덮었을 때 나에게 찾아온 생각이었다. 문제라는 것은 어쩌면 더 깊은 이해를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자 김기현 목사는 신학적으로 몹시 난해한 질문을 던진다. 바로 ‘가룟 유다 딜레마’. 이 질문이 지금 다시 던져지게 된 사회적 배경은 영화와 책으로 소개된 <다빈치코드>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유다복음’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유다복음서의 주인공은 바로 가룟 유다이다. 예수님을 배신하고 자살했던 유다는 이후 논란의 주인공이 된다. 유다를 둘러싼 난제의 핵심에는 하나님의 예정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즉, 하나님이 유다를 배신자로 선택하고 사용하셨다면 유다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자살에 이른 불쌍한 존재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는 유다의 죄를 물을 수 없게 된다. 유다의 죄를 묻기 위해서는 그가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과연 인간이 창조주의 섭리를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가란 또 다른 질문이 나타난다.

저자는 이 난해한 문제를 ‘가룟 유다 딜레마’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이 딜레마를 따라 논의를 전개하며 ▲유다는 배반의 신비를 이루었는가? ▲하나님은 악한 자를 사용하시는가? ▲유다는 자살했으니 지옥 가는가? ▲유다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등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흥미로운 질문들을 따라간다.
또 유다복음이 나오게 된 근거인 영지주의와 교회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 그리고 교회를 공격하는 일반의 여러 가지 부정적 관점에 대해 친절하고 상세한 변증을 들려준다.
그렇다고 저자가 기존의 교회가 보여주었던 ‘강력한 보수적 목소리’를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기독교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온건하게 따라가며 이 시대를 사는 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신앙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 난해한 신학적 딜레마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독자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다양한 입장을 수용하지만, 동시에 그런 혼란을 뚫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부차적인 문제인지를 차분히 짚어준다. 웅변가라기보다는 사변가로서,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가룟 유다 딜레마와 영지주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신앙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과연 기독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논의의 외연을 풍성하게 넓혀간다.
저자는 가룟유다 딜레마에 관한 획일화된 대답을 내놓기보다는 말 그대로 독자와 ‘대화’하고 싶어 하며 그 대화를 통해 좀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어 간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과연 믿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란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결국 문제란 관점에 따라서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룟 유다 딜레마란 하나의 획일화된 대답을 얻기 보다는 그 딜레마를 통해 신앙의 의미를, 그리고 믿음의 본질적인 측면을 곰곰이 되새겨보는 하나의 통로일 수 있다는 각성을 독자에게 선물로 안겨 준다.
저자는 부산 수정로침례교회 담임목사로, <공격적 책읽기> <공감적 책읽기> <맥클랜던의 반기초주의 신학>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등의 책을 썼다.

김지홍 북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