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장애인 화가 탁용준 씨

29세에 전신마비 판정 받고 휠체어에 앉아 그림에 몰두해온 화가 탁용준 씨, 이제 그의 그림은 달력, 시화집, 홈페이지 배경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탁용준 씨는 휠체어를 타야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고, 1989년 29세에 뜻밖의 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사고 후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서양화가로 자리매김한 행복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다. 어떤 마법이 그를 수렁에서 건져낸 걸까. 따스한 봄날 네 번째 개인전을 연 탁용준 씨를 만났다.

# 왜 하필 나인가요?

체육관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건강한 체력을 자랑하던 탁용준 씨는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로 한순간에 건강을 잃었다. 병원에 누워있던 1년 여 동안 수없이 좌절하며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탄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알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탁용준 씨의 아내 황혜경 씨는 임신 8개월이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

하니 힘을 내야만 했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어깨근육뿐인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수 없이 생각해보니 딱 세 가지가 꼽혔다.
글 쓰는 것과, 컴퓨터 작업, 그리고 그림. 그중에서 잘 그리진 못하지만 관심이 많은 그림을 선택했고, 그 후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비된 손에 손목아대를 차고 그 틈에 붓을 끼워 넣어 어깨근육을 사용해 천천히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림을 그릴수록 그림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고다. 더 잘 그리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이러한 탁용준 씨의 마음을 안 아내 황혜경 씨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홍대미술교육원을 수료했고, 화가 목사인 박 영 목사에게 삼 년을 꼬박 과외 받았으며, 아예 화실 옆으로 이사도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전업작가로서의 살아갈 힘과 능력이 생겼다.

# 10년 노력으로 지킨 ‘약속’

탁용준 씨는 그림을 시작하면서 당시 어린 아들과 약속을 했다.
“아빠가 10년 후 개인전을 멋지게 열거야. 그러면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에 있는 이모네로 함께 놀러가자.”
초기 그의 작품은 솟대, 허수아비가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해 분위기가 쓸쓸하고 어두웠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수록 손에 힘이 생겨 나이프를 끼고 유화 작업도 할 수 있게 되자, 다시 삶의 쏠쏠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림도 밝아졌고, 어려운 순간마다 포기하지 않도록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그림을 시작한 지 3, 4년이 흐른 후로는 크고 작은 단체전에 출품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대한민국 기독미술대전 등에 꾸준히 공모해 화단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4년에는 기독교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림을 시작한 지 꼬박 10년이 되는 2000년에는 첫 개인전을 열어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일반인보다 열 배의 시간을 들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자랑스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오랜 작업 시간 끝에 탄생한 그의 작품들은 미술전시관 울타리를 벗어나 곳곳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몇 해 전부터 기독교 캘린더 제작 전문 업체와 함께 작품이 실린 달력을 교회에 소개하고 있으며, 시인 용혜원 목사와 함께 시화집 <그리울수록 사랑이 그립습니다> (예스북 펴냄)와 수필가 김옥림 씨와 그림이 있는 수필집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미래북 펴냄)을 출간했다. 또 현재 개인홈페이지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인터넷 싸이트 ‘싸이월드’ 선물코너에는 그의 작품이 ‘스킨’(홈페이지 꾸미기 기능)으로 제작되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비록 그의 육신은 휠체어에 매여 있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탄생한 그의 작품들은 날개를 달고 많은 이들의 곁을 찾아간다. 그래서 탁용준 씨는 오늘,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기쁘게 사용하며 “삶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네 번째 개인전 <The Concert>

“<The Concert>는 탁용준 화가의 일상이 화폭을 타고 흘러넘치는 색채음악회이다. 색으로 그린 음악, 들리지 않지만 보이는 음악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새가 날고, 꽃이 피며, 생명의 화음으로 가득 찬 색채 음악회. 그것은 색과 음이 하나 되는 세계이다.” - 김병종 화가(서울대 교수)
4월 10일부터 일주일 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땅’에서 열린 탁용준 씨의 네 번째 개인전에 소개된 작품에는 멜로디가 흘러 넘쳤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와, 찬양하는 이의 모습에서는 물론, 작품에 등장하는 사슴과 새 ,나비, 꽃 옆에도 음표 표시가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그림들이 탄생한 이유는 13년 동안 선교중창단으로 병원 및 교도소에서 찬양봉사를 하고 있는 아내 덕분이다. 집 안에 항상 찬양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평화로운 마음으로 작업 할 수 있었고, 이러한 평안의 마음을 캔버스로 옮기고 싶은 마음에 작품을 구상했다.
그의 작품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싸이트 www.takart.net 또는 www.cyworld.com/takart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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