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은 어머니의 음식 맛을 그리워한다고 하면, 그 정서를 쉽게 이해한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같은 방법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어봐도, 어렸을 적에 먹었던 어머니의 음식 맛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요리하는 사람 각자가 가진 손맛, 관계성이 묻어나는 그 깊은 맛은 고유한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이라는 개념을 말해줘도 잘 모를 것이다. 그들은 레시피만 있으면 누구나 거의 같은 음식 맛을 내기 때문에 어머니의 손맛에 대한 우리의 아련한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간단한 스펀지케이크 하나를 만들더라도 자세히 정해져있는 분명한 조리법을 따른다. 서양의 일류 요리사들은 음식을 조리할 때 혀끝의 맛에 의지하지 말라는 지침을 따른다. 철저하게 레시피에 의존해서 음식을 만든다. 재료의 분량과 배합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다. 요리사는 조리법이라는 일종의 계약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는 사람도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음식은 레시피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있더라도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이 음식 맛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깊게 배인, 그 관계성의 정서가 담겨진 맛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처럼 동양과 서양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요리 및 음식 문화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음식이 서양에서, 서양의 음식이 동양에서 널리 유통되는 추세이다. 동서양이 각자가 가진 음식 문화 안에서 서로의 좋은 것들을 수용하고 발전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먹는 일’이 삶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임을 생각해보면, 동서양의 요리 및 음식 문화가 만나 서로 통(通)하고 있다는 것은, 21세기 동양과 서양이 서로 통(通)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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