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각국국방·외교·경제·문화채널총 동원해 석유확보에총력

최근 이라크 파병 연장을 두고 정당들의 민감한 논쟁들이 오갔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파병을 통해 석유 등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선점할 수 있다”는 논리로 파병연장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목숨 건 파병의 목적이 석유라는 경제적 자원을 얻기 위한 것이냐’, ‘국가 위신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공공연히 인정되고 있는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라크 전쟁 동기는 석유 때문”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석유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것이 작금 열강들의 자세다. 각 국가들은 국방은 물론 외교·경제·정치·문화 등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석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장량이 유한하고 매장지역이 편재돼 있는 반면, 그 수요는 전 지구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석유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2005년 중국의 석유소비량은 3억2500만t. 15년 만에 3배로 증가한 수치였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석유만 확보할 수 있으면 해당국의 정치상황이나 인권은 개의치 않는다는 자세다. 중국이 민주화 시위를 탄압한 미얀마를 싸고돈 것도 그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아프리카. 작년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나이지리아에서 사회간접자본 40억 달러 투자 대가로 유전 4개를 확보했다. 케냐와 석유탐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수단 유전에 30억 달러 안팎을 투자했다. 리비아와 알제리와도 장기 석유생산 계약을 맺었다. 작년엔 아프리카 48개국의 정상급을 초청, 무이자 차관과 채무를 모두 탕감해줬다. 올 들어선 50억 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발전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고속 성장의 동력이 석유확보에 달렸다는 판단 아래 에너지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의 25%를 쓰고 있지만 소비량의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석유에 중독돼 있다”고 말했을 정도. 조만간 이라크 의회에 계류중인 석유법이 통과되면 미국 주요 석유회사들은 석유 캐기에 뛰어들 태세다. 지난 9월 이미 헌트오일이 전쟁 이후 미 업체로는 처음으로 쿠르드 지역의 유전을 개발, 석유생산에 돌입했다. 미국은 석유공급 경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유럽에서 아시아로 연결되는 원유 공급선 확보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존망을 움켜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원국들이 사용하고 있는 가스의 절반은 러시아산이기 때문이다. EU국가들은 러시아의 입김을 약화시키기 위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를 새로운 가스공급원으로 모색하고 있다.

일본도 세계 제2의 경제를 끌고 가는데 필요한 에너지 확보 때문에 우방인 미국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중동 최대급 유전인 아자데간 개발비용 중 75%를 투자해 원유를 확보하려다, 미국으로부터 철수 압력을 받고 지분을 10%로 줄인 것이다. 동중국해 가스전을 두고는 중국과 여러 해 대치하다가 최근 공동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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