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만, 그 가운데서도 북측을 상대해서 무엇을 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보수집, 의사소통, 통신, 모든 것이 단절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북과 협상이나 회담을 할 때, 북이 상식을 어기며 막무가내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매스컴을 통해 알 수 있다. 정부의 대북부서 근무자들 가운데는 “북과 중요한 회담 등을 마치고 나면 체중이 줄어든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의 자존심을 존중해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더 큰 어려움은 가까운 곳에 있다. 북한과 관계된 일이라면 주변에서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색안경 부터 끼고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오해도 많이 받는다. 대북관계의 일은 아직 특수한 분야의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나 경위를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잘난 척 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필자는 북방선교방송기관에서 일선 실무를 오랫동안 담당했었는데 주변의 이해 부족 때문에 많은 고충을 겪고 비애를 느꼈다. 예를 들자면 ‘중공’(당시 중국을 부르던 이름)의 크리스천들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상대방의 안전을 위해 발신인의 주소와 이름을 기관의 것 대신 필자 개인 것을 사용하였다. 방송국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온 편지라면 중국의 공안당국이 주의를 기울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일을 두고 “왜 그렇게 하느냐? 개인플레이 하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잘 되었다! 이제부터 당신 주소와 이름을 사용하자”고 하면 예외 없이 손을 내젓는다.
북을 돕는 일을 하는데 형식과 절차는 또 왜 그리 복잡한지… 한 예를 들어 북에서 발간된 간행물을 소지하거나 이용하려면 ‘불온간행물관리규정’(후에 ‘특수간행물관리규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에 따라야 했는데 복잡하고 까다롭기는 이루 말할 수 없고, 겁을 주는 조항들도 많았다. 관련 선교기관이 형식과 절차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감독기관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일도 두어 번 있었다.
대북지원 NGO 실무자들이 후원자들을 안내해서 북을 방문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 때 일방적인 북과 이해가 부족한 방문단 사이에 끼어 있는 실무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북지원 NGO들은 지금도 같은 어려움 속에서 일하고 있다. 대북업무의 특수성을 이해하자. 그들이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고군분투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관계의 문호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남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은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대북지원업무가 그런 성숙한 모습 가운데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새롭게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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