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만이 이루리라 | 김범일 지음, 규장 펴냄

가나안운동은 <근로·봉사·희생>의 농촌자활운동, 청교도적 삶의 모범

제2가나안농군학교 교장이자 가나안농군운동세계본부(WCM) 총재인 김범일 장로의 굴하지 않는 개척정신이 담긴 책 <꿈꾸는 자만이 이루리라>가 나왔다.
특히 이 책은 고 김용기 장로의 ‘개척의 종’으로 표상되는 농촌운동과 그 이후 새마을운동, 그리고 지금은 방글라데시,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중국, 요르단까지 전 세계로 확산돼 나가는 가나안농군학교의 개척정신의 뿌리와 발전과정이 생생한 일화로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가나안 농촌운동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1970~80년대 고도 경제성장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농촌운동이었고,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중요한 기독교 개척정신이다. 일가(一家)김용기 장로로부터 시작된 이 운동의 핵심은 역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농촌 자활운동이고, 청교도적 삶의 모범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범일 장로는 김용기 장로의 둘째 아들로, 김용기 장로의 원주 신림 개척지에 동행하여 제2농군학교를 함께 일구고 88년 일가선생 사후에도 그곳에서 지금까지 고인의 정신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고인의 정신은 자녀들에 의해 가나안복민회(이사장 김종일 목사, 장남), 제1가나안농군학교(김평일 교장, 막내), 일가재단(사무처장 김찬란, 차녀) 일가사상연구소(소장 림영철, 둘째사위)등으로 계승되고 있다.
김범일 장로는 이 책에서 소년, 청년, 장년 시절로 자신의 삶을 구분해 아버지였던 김용기 장로의 생전 모습과 기억들, 그리고 가나안운동의 기초가 되었던 부친의 개척정신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고구마’로 표상되는, 혹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빗발치는 포탄소리 속에서 찬송을 부르며 밤을 지샜던 전쟁의 기억, 이후 가나안 정착촌을 일구며 매일 새벽 4시에 들었던 새벽종소리 등, 그의 기억은 부친의 삶과 철저하게 맞물려 있다.
하지만 부친의 정신을 그대로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렸던 그에게 그런 기억들은 얼마간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부친의 돈을 훔쳐 딱지와 구슬을 샀다가 엄청나게 두드려 맞았던 기억, 매일 새벽 4시면 종을 쳐야 했던 수도승 같은 삶이 주는 회의감, 늘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시도했던 두 번의 가출,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던 막사이사이상을 받는 아버지와 동행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가던 길에서 느낀 ‘흰 고무신의 열등감’ 등, 위대했던 부친 아래서 어쩔 수 없이 많은 희생을 강요받았던 아들의 젊은시절 삶은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며 아들은 아버지의 삶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 그 안에 담긴 정신의 핵심을 터득해간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그 정신을 유지하고 가난에 시달리는 전 세계의 농민들을 위해 개척의 정신을 이식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파란 많은 삶이었던 만큼 그의 책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과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녹아 있다. 가난과 무지, 절망감 속에서 허덕이는 농촌의 풍경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농민들의 모습, 온갖 어려움 속에서 맞보았던 절망과 희망의 기록들은 어찌 보면 한 편의 대하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격변의 삶을 살았던 저자는 결국 아버지에서 자신으로 이어지는 긴 삶의 여정 속에서 하나의 핵심적인 단어를 길어 올린다. 바로 ‘꿈’. 그는 ‘꿈이 보이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야곱이 그러했고, 욥이 그러했듯,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꿈이 있는 자는 결코 지치지 않는다는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깊이 다가선다.
그리고 지금의 풍요로움 뒤에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를 새롭게 일깨워준다. 구차해서 잊고 싶었던 과거 속에 어떤 진실과 고통이 숨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오늘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었는지, 가난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저자는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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