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런던 길을 걷다가 술에 만취한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가 너무 슬프고 비참하게 보여 나는 곧장 그에게로 다가가 손을 붙잡고 악수를 하면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습니다. 내 손은 늘 따뜻한 편이지요. 그러자 그는 ‘아 오랜만에 따뜻한 사람의 손길을 만졌습니다’라며 금세 얼굴이 환해지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나는 큰 사랑의 정신으로 행한 작은 일들이 기쁨과 평화를 가져온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돌아가신 테레사 수녀님의 글입니다. 그녀는 실로 ‘평범한 일을 비범한 사랑으로 수행한’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손을 잡아주는 일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기 특별한 사랑을 담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던 아이는 자라면서 한 걸음씩 물러서더니 이제 마흔 줄 어른이 되어서는 아버지로서 한 가족을 생각하고 섬기기에도 벅찬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로서 한 가정의 튼튼한 기둥이 되어주는 일,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존경과 사랑을 오래도록 이끌어내는 일, 늙은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실망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일…, 그 모든 주어진 일들이 남들 눈엔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의 자리에선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들조차 아주 특별한 사랑을 담아낼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란 가르침입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일을 말할 때 나의 일이 위대하고 절실하며 한 사람이 하기엔 벅찬 일이라 웅변할 때가 많습니다. 나의 일에 대한 가치를 높이 지니는 것이야 나무랄 것이 없지만 문제는 그 일을 해내는 내 안의 ‘특별한 사랑’에 대해선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자주 생깁니다. 내가 하는 그 거대한 일은 어쩌면 나의 몫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일에 담아낼 ‘특별한 사랑’만큼은 나의 몫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주목하고 관심 기울일 것은 바로 그 ‘특별한 사랑’을 꽃피우는 일입니다. 이 봄에 내가 피워야 할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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