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그레이스>(에릭 메택시스 지음, 김은홍 옮김, 국제제자훈련원 펴냄)

영국이 노예무역을 폐지한 지 200주년이 되는 2007년 2월 23일,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영국에서 개봉했습니다. 1807년 2월 23일 영국 의회는 노예무역 폐지법안을 통과시켰지요.
우리에게도 익숙한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나 같은 죄인 살리신)는 노예무역선 선장이었다가 회심하여 목사가 된 존 뉴턴이 지은 찬송시입니다. 그렇지만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존 뉴턴이 아니라 윌리엄 윌버포스의 생애를 그린 영화입니다.

200년 전 영국에서 노예무역을 폐지시킨 주인공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주역들이 너무 많으므로 굳이 누구 한 사람을 꼽는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존 뉴턴이 될 수도 있고 윌리엄 윌버포스가 될 수도 있지요.
최근에 나온 책 <어메이징 그레이스>(에릭 메택시스 지음, 김은홍 옮김, 국제제자훈련원 펴냄)도 같은 제목의 영화처럼 윌리엄 윌버포스의 일대기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의 일대기로 읽기보다 노예무역과 노예제도의 폐지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이들이 엮은 연대(solidarity)의 역사로 읽어야 옳을 것입니다. 그래서 읽는 이에 따라서는 드러난 주인공 윌버포스가 아닌 그의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윌버포스가 방탕한 생활을 뉘우치고 회심하여 정계를 떠나 목사가 되려고 번민할 때 ‘정치인으로서 소명 의식’을 일깨워준 존 뉴턴도 바로 그런 인상적 인물로서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2007년 2월 18일 주일,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교회들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습니다. 노예무역 폐지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날을 ‘에메이징 그레이스 주일'(Amazing Grace Sunday)에 정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날 이 찬송을 불른 더 큰 까닭은 200년 전의 영광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신음하는 현대판 노예들, 곧 성노예 여성, 소년병, 이주노동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일에 그리스도인들이 나서야 한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책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출간과 함께 3월 20일엔 우리나라에서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개봉합니다. 이 땅에도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찬송하는 부활절이기를 기도해 봅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