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자녀를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객관화된 평가에 부모는 좌절하고, 분노하고, 거부하고, 그래서 ‘과잉된 자녀교육’으로 응답하곤 한다. 그러나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려면 어렵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인정’과 ‘양해’. 마음이 참 단단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일 거다. 비단 자녀교육뿐 아니라 살아가며 어떻게 하면 과잉된 표현과 자기 방어 속에 숨지 않고, 마음이 단단해질 수 있을까? 비단길책방에서 의미 있는 책이 나왔다. (이정
일러스트 = 초록담쟁이요사이 들려오는 지진과 전쟁, 심각한 경제, 급등하는 에너지 비용과 관련된 소식들은 봄이 왔지만 마음을 시리게 한다. 그래서 모이면 하는 말들이 ‘힘들다,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울하다’ 로 이어진다.어떻게 살아야 할까. 힘든 시절이라고 힘들다고만 하며 살아야 할까. ‘호랑이’를 만난다고 해도 ‘고개’는 넘어야 할 텐데. 그러니 고개를 넘을 힘, 고개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가만히 웅크리고, 고여 있을 것이 아니라 더디더라도 앞으로 걸어 나가고, 때로는 저항해보고, 때로
특집 : 앞으로, 앞으로정(精)적인 사람으로 살다가혜경 씨는 자라면서 여러 번 넘어졌다. 무릎도 발도 심하게 다치면서.눈이 나빴던 건데 아이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바깥에서 놀기보다 집안에서 노는 것이 좋았다. 공기, 인형 놀이, 학교 놀이, 동화 읽기.좀 더 크면서도 책과 피아노 등 앉아서 하는 취미에 머물러 움직임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 안경을 써서 시야가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그렇게 살아온 생활 모습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그러면서 중년을 맞은 어느 날, ‘몸 사용의 중요성’을 알게
특집 : 앞으로, 앞으로삶, 희극도 비극도 아닌삶은 가진 자에게는 희극이며 갖지 못한 자에게 비극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삶을 희극과 비극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단편적 시각이다. 삶을 의미하는 한자어 ‘생(生)’은 “소(牛)가 외나무다리(一) 위를 걷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삶을 ‘네 발 가진 거대한 몸집의 소가 좁고 얇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위태롭고 위험한 것’으로 해석한 그들의 통찰이 놀랍다. 또한 작가 알베르 까뮈는 에서 “인간의 삶은 무거운 돌을 어깨에 메고 산의 꼭대기에 다다르면 그 돌이 다시 굴러
특집 : 앞으로, 앞으로나라를 빼앗긴 엄혹한 시절, 그 시절에 희망은 있었을까. 그러나 그 시절 독립을 외치며 희망을 목 놓아 외쳤던 이들이 있다. 삼일절을 맞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근곡 박동완 독립운동가를 소환한다. 또한 그의 손자 박재상 박사의 이야기도 싣는다. 세월이 흘러도 그 둘의 삶 속에서 면면히 흐르는 도망가지 않고, 숨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를 되짚어본다. 전진할 수 있었던 힘한 소년이 있었다. 목회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아버지께 자기의 꿈을 밝혔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일부터 학교
산티아고를 걷게 된 이유김은구 사진작가(사진). 취미와 봉사로 사진 촬영을 하던 그가 전업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외국 이주 생활. 2014년에 아내와 함께 태국에 나가서 살게 되면서 사진작가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아내와 함께 외국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파견근무로 한국에서의 삶을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집이나 차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하던 일도요.”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에서의 삶을 떠나 여유롭고 평화로운 자연을 보며 살아가는 이민생활이라니. 게다가 새로운 직업까지. 많은 현
“그 선생님은 그때 왜 그러셨을까?”전혀 다른 두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학생들을 아프고 화나게 했던 선생님을 향한 ‘원망’일수도 있고,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니 사정도 있으셨을 텐데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인 모습으로 자리하셨던 것에 대한 ‘감탄’일 수도 있다. 우리는 후자의 경우에만 ‘우리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인다. 그런 ‘우리 선생님’을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 그 인생은 분명 달라진다.패트리샤 폴라코 작가의 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난독증으로 인해 학습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을 바보 같다 여기는
4학년에 올라간 날선생님은 칠판에 이름을 쓰더니 크게 불러보라고 했다. ‘김*자 선생님~’이어 새 교실에 필요한 비품이라고 ‘칠판 지우개, 빗자루, 커튼, 걸레, 쓰레받기, 총채, 꽃 화분과 빵 바구니’ 등을 쭉 적고는, 사 올 사람 손을 들라며 하나씩 채워갔다. 누군가 바로 나서지 않으면 넘어가지 않기에 아이들은 적당한 항목에 손을 들고 있었다. 맞다. 자발적으로.열한 살, 4학년은 기억이 분명하며 사리 판단이 서기 시작하는 때다. 아이들은 새 담임선생님이 차갑고 무서운 분인 것을 느끼고 있었다.교실 비품을 사 오겠다고 손든 아이
우리 인생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이름과 자리를 차지하는 ‘선생님’,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선한 영향을 주신 분들, 우리의 그분들을 오늘로 소환한다.고 2때 학교 친구를 따라 우연히 교회에 가게 되었다. 반 배정을 받고 선생님과 인사를 나눴는데, 선생님은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 예배 후 잠시 만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진심이셨다. 철없는 우리들의 넋두리와 재미없는 농담에도 언제나 함박웃음으로 반응해 주셨다.우리와의 짧은 만남을 위해 그분은 어떤 시간을 보내셨
왜 그럴까요, ‘선생님’이라는 호칭 속에는 존경의 마음이 담깁니다. 그렇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이라 부르는 분 중에 송진규 선생님이 계십니다.대학 시절을 제외하곤 태어난 강원도에서 줄곧 사신 분입니다. 평생 한 고등학교를 떠나지 않고 국어를 가르쳤고, 그 학교에서 교장으로 은퇴를 하셨지요. 은퇴 뒤에는 고향에서 이장 일도 보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고요.지난해 가을 출판기념회가 있어 원주를 다녀왔습니다. 세상에 쏟아지는 책들은 헤아리기가 어려울 만큼 수가 많지요. 모든 책은 고유합니다. 세상의 모든 책이 그러하지만 선생님이
교회학교를 강타한 코로나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에서 한국교회는 ‘교회학교 몰락→젊은 세대 이탈→고령 신자만 존재’ 순서로 붕괴한다고 전망했다. 백석대 김남일 교수도 “2050년 이후에는 대부분 교회에서 교회학교 아이들의 분포가 5~10% 미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고에 누구는 ‘무심’했고, 누구는 ‘두려움’, 그리고 붕괴까지 족히 30년은 걸리니 대책을 세우면 된다는 ‘희망’의 목소리들이 혼선을 이루었다.그러나 이 모든 전망들은 코로나19팬데믹 이전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코로나19는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게임 캐릭터는 처음에는 무기도, 아이템도 별 것 없는 기본값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차 아이템을 갖추게 되고, 힘을 갖게 된다. 그러니 들인 시간이 곧 힘이 된다.실제의 우리는 어떤가. 시간여행자로 길을 떠난 지 꽤 되었는데, 그 시간은 우리에게 힘이 되고 있는지. 2023년 새해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발을 내딛고 있는가.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나온다. 콩고의 한 지역에서는 ‘나이를 먹는 데도 시험이 필요하다’는 것. 예를 들면 서른여덟 살의 무리에 들어가려면 자기
특집 : 시간여행자로 산다는 것영화의 특질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움직이는 영상’이란 겁니다. 움직인다는 건 바로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철학자와 비평가들은 흔히 영화를 곧 ‘시간 이미지’라고 규정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그 시간을 갖고 한껏 장난을 칩니다. 편집을 통해 시간을 생략하기도, 거꾸로 확장하기도 해요.게다가 장르에 따라 그 시간의 활용법이 전혀 달라요. 특히 멜로드라마는 천천히 사람의 감정을 축적하는 만큼, 작품을 통해 표현되는 ‘시간성’이 다른 장르에 비해 훨씬 뚜렷해요. 액션 영화는 압축적이고
새해를 맞아 아름다운동행 지면이 이렇게 바뀝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여러 새로운 필자들이 나서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냅니다.그 속에서 우리 독자들이 새로운 ‘앎’의 기쁨을 누리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올 한해도 아름다운동행의 지면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함께 동행해 주세요.◆ 초록담쟁이 표지 일러스트표지는 필명 ‘초록담쟁이’로 활동하는 이수희 작가의 작품이 실리게 된다. 공감이 되는 기억들을 소환하여 그만의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일러스트로 그려내는 작품들은 네이버 그라폴리오 , 저서
특집 : 시간여행자로 산다는 것매 순간이 새로운 시간이지만 새해의 이름으로 펼쳐질 날들을 새롭게 조망해보는 1월에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유럽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단테의 을 펼친다. 거기엔 중세에 고뇌하며 앞섰던 깨달음이 지금의 삶뿐 아니라 그 너머도 비추는 ‘빛’이 있다고 하기에.“인생길 반 고비에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있었다.”어디서 언제 맹수가 나올지 모르는 깊은 숲을 지나려니 두려움이 몰려온다.그때 돕는 이가 찾아와 힘과 용기를 주는 말로 다가온다. 단테의 에서 지옥에서 연옥, 천국의 문 앞까지 단테를
특집 : 시간여행자로 산다는 것“인생은 힘껏 달려가 다음 주자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이어달리기의 선수와 같다.”시간여행을 떠난 이들은 이제 막 시간여행을 시작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자녀라는 이름의 시간여행자, 신입사원, 새로운 교회 교인,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등 수많은 이름의 시간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며, 어떤 배턴을 넘겨주면 좋을까.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신약학)이자 노숙인 섬김을 위한 길벗교회를 개척해 명예목사로 섬기고 있는 김희성 교수는 특별한 시간여행자를 만난 이야기를 전해준다.서른여덟에 결혼
일기를 읽게 되다오래전에 쓴 일기를 다시 보는 기분은 어떨까?아버지가 쓰신 일기장이 우리 세대가 지나면 쓰레기로 사라질 것이기에 중요한 부분들을 정리해놓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작업이, 평생 쓴 내 일기와 아내의 일기에까지 옮겨 붙었다. 대부분 일기는 써놓고 다시 읽어보지 않은 것들인데, 이제 보니 이런 일이 있었나 기억나지 않는 사실들이 많았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과 일기에 쓴 것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도 있었다.아버지의 일기, 아내의 일기아버지의 일기는 한자(漢字)가 많고, 그것도 약자나 흘려쓰기로 되어있어 읽기에 애를 먹었
특집 : 오, 늘 크리스마스 붉은 꽃밭을 만나다지난 달 10일 서울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열린 ‘문화 예술로 전달하는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위한 연합 포럼’. 갤러리에 들어서자 공간 한편이 온통 붉은 꽃밭이다. 노랑과 파랑 우크라이나 국기 색을 상징하는 종이상자 속에 겹겹이 붉은 카드가 들어있어 전체적으로 입체적인 운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설치미술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병삼 작가(사진)는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작품 제목은 ‘리드림(R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크리스마스만 같아라”는 말로 12월을 열어보고 싶다. 그러려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그 경험을 만드는 준비가 ‘오늘’ 있어야 한다.특집 주제를 ‘오, 늘 크리스마스’로 정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크리스마스 캐럴만 들려와도 마음이 벅차오르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에게 매일 오늘이 크리스마스 같기를, 오! 늘~ 크리스마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실었다. 매일 빵을 구워 등굣길 아이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나눠주는 제빵사,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제
특집 : 오, 늘 크리스마스오늘 살이“삶의 궁극적인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오늘 살이에 있노라. 너무 내일만 허망(虛望)하다가 오늘을 무료히 보내게 되면 이것은 나지도 않은 용마를 꿈꾸다가 집에 있는 망아지까지 먹이지 않는 것과 같다. 산 것은 사는 때에 살 것이라.”최남선이 창간한 잡지 에 기고한 다석 유영모의 글이다. 제목은 ‘오늘’. 삶의 의미는 오늘을 사는데 있다는 그의 생각이 마음을 울린다. 모두가 앞만 보며 사는 세상이라, 내일 잘 될 것을 꿈꾸며 오늘을 희생하는 삶이라 그렇다.오늘 살이에 최선을 다하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