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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하로(冬扇夏爐)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겨울의 부채’와 ‘여름의 화로’라는 뜻이다. 추운 겨울에 부채, 그리고 더운 여름에 화로는 별 필요 없는 것들이다. 이런 이유로 동선하로라는 말은 ‘별로 유익이 되지 않는 재능이나 문제해결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의견’을 말한다. 삶에 있어서 지금보다 줄이거나 멀리하면 좋은 것이 세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말’이다. 사실 ‘말’이란 꿀과 침을 동시에 갖고 있는 ‘벌’과 같다. 그런 까닭에 사용여부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문제는 사람이 말을 배우는 데는 일 년이면 충분하지만 그 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를 해도 참 모질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혀 안에 도끼를 지닌 사람들이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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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7.11.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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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톨스토이를 읽게 된다. 특히 욕망으로 인해 부서져 가는 이 시대의 비극을 목격할 때마다 톨스토이의 단편 를 꺼내 읽는다. ‘땅’과 ‘땀’을 소중히 여기며 살던 파훔이란 소작농이 있었다. 그러나 남의 땅을 빌려 농사하던 파훔은 애써 얻은 수확도 소작료로 지불되니 가난을 면치 못한다. 노력 끝에 약간의 자기 땅을 갖게 되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파훔, 어느 날 한 상인으로부터 “바시키르 마을에 가면, 누구든지 1000루블만 지불하면 하루 동안에 밟은 모든 땅을 소유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파훔은 가산을 정리한 후 바시키르 마을로 가서 1000루블을 지불하고 계약을 맺는다. 계약조건은 오직 하나, 그것은 해지기 전에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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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7.10.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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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랍비 힐렐에게 한 제자가 “선생님,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는 무엇이 다릅니까?”라고 묻자, 랍비는 “현명한 자는 위험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만 어리석은 자는 그것을 모른다”고 답한다. 그렇다. 어리석은 자는 위험한 것을 모른다. 톨스토이의 소설 속의 비운의 여인 안나, 그녀의 불행은 젊고 세련된 블론스키에 대한 맹목적 열정으로 인해 남편 카레닌과 어린 아들 세료자를 남겨두고 그 연인과 유럽여행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안나는 ‘열정으로만 채워진 사랑’이 모든 것을 전소시키는 ‘발화성 위험’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결국 변심한 블론스키에 대한 분노로 인해 화물열차에 스스로 몸을 던져 자신을 스스로 처형하던 순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삶에서 ‘ㄹ’ 받침의 세 글자만 조심하면 많은 위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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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7.09.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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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손톱 길이, 이 두 가지는 중세 사회에서 그 사람의 신분을 드러내는 기준이다. 먼저 단색(單色)만을 착용해야 하는 평민과 달리 귀족들은 다채(多彩)의 옷에 화려한 보석 장식을 했다. 가문을 자랑하는 문양을 옷깃과 왼쪽 어깨에 자수로 새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손톱을 길게 기르는 것도 귀족만의 특권이었다. 사실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평민들에게 긴 손톱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귀족, 그들은 손톱을 기를 수 있었다. 그랬다. 긴 손톱은 그 자체로 특권신분이었다. 그런데 여기 ‘옷’은 분명 ‘옷’인데 ‘옷의 자격’을 ‘상실한 옷’이 있다. 그것은 곧 ‘수의’이다. 그런데 옷의 지위를 잃어버린 수의도 ‘두 종류의 수의’가 있다. 하나는 ‘죄인의 옷’인 수의(囚衣), 다른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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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7.06.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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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79년, 고대 그리스 에피루스의 왕 피루스가 정예군 2만5천명의 군인과 20마리의 코끼리 전단(戰團)을 이끌고 로마를 침공한다. 강력했던 피루스의 군대는 짧은 시간에 로마의 군사 요충지인 헤라클레아와 아스쿨룸 전투에서 승리를 한다. 로마를 상대로 거두기 쉽지 않은 2번의 승리이다. 그러나 승리 이후 오히려 피루스는 크게 절망한다. 이 2번의 승리를 얻기 위해 지불한 대가(代價)가 너무 참혹했기 때문이다. 피루스의 자랑이었던 코끼리 전단의 20마리가 다 죽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군사 2만을 잃는다. 이때 피루스는 “이런 승리를 또 한 번 거두었다간 우리가 망할 것이다”라는 탄식을 남긴다. 이후 ‘이겨도 패배 같은 승리’를 ‘피루스의 승리’라고 한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하나, 그것은 ‘이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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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7.05.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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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상주하고 있다. 곧 기쁨, 슬픔, 우울, 분노, 감사, 고집, 너그러움 같은 다채(多彩)의 감정이 공존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수많은 감정 가운데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정’이 다름 아닌 ‘그 사람’이며 또한 ‘그 사람의 인격’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여러 감정 중 유독 분노와 혈기의 감정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그 곁에 있는 사람은 늘 불안하고 긴장한다. 훗날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를 회상할 때 그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분명 그 사람의 이름, 직위보다 그를 단지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이와 다르게 어떤 사람은 작은 것, 소소한 것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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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7.02.0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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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반도의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지중해 지역의 패권(覇權)을 걸고 기원전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인다. 이 전쟁에서 승자는 놀랍게도 아테네가 아닌 스파르타가 된다. 학문과 군사력에 있어 월등하다고 평가받던 아테네의 패배는 실로 충격이었다. 스파르타의 승리, 그것은 아테네에는 있지만 스파르타에게는 없는 ‘4가지’에서 찾는다. 먼저 스파르타에게는 자신의 도시를 보호하는 성벽이 없다. 사실 성벽이 없는 도시는 전쟁시 위험하다. 그러나 스파르타인들은 도시를 지키는 것은 ‘성벽’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견고한 성벽이 오히려 군인들의 경계심을 약화시키는 위험임도 알았다. 그래서 ‘견고한 벽돌’보다 ‘견고한 사람’이 도시의 수호자라고 여겼다. 둘째로 스파르타에게는 금과 은으로 주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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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7.01.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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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외곽에 타란토(Talanto)라는 마을이 있다. 이른 아침의 타란토는 울창한 수목사이를 뚫고 하강하는 햇살과 강가의 안개가 곱게 어우러져 마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作) 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신비를 발산한다. 그래서 타란토마을은 색채감을 중시하는 자연주의화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그러나 타란토마을이 사람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이 곳에 서식하는 독거미 ‘타란툴라’(Talantula) 때문이다. 검은 색을 띤 독거미 타란툴라는 거미의 천적(天敵)인 뱀과 맞서 싸워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곤충이다. 타란툴라가 뽑아내는 거미줄은 독사의 몸을 강하게 묶어 제압할 만큼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타란툴라에게 사람이 물렸을 때의 일이다. 타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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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12.0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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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u-235가 투하되었다. 원폭투하가 된 그날에만 6만 여명의 생명이 사라졌고, 반경 2km 내의 모든 동식물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이어 타버린 짐승의 사체에서 발생한 탄저균이 빗물을 통해 흘러 식수와 토지를 오염시켜 자연의 죽음까지 초래했다. 이 원폭투하의 참혹은 과학기술의 오용(誤用)이 지닌 그 ‘두려운 위험’을 확인시켜준 참으로 비통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이 비통한 참혹을 위로하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원폭투하 이후 절대 폐허가 되어 풀 한포기 자랄 수 없었던 히로시마 강변에 단 ‘일 년 만’에 은행나무가 다시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이다. 노란 잎 사이에 바람을 흔들며 알알이 맺힌 은행나무 열매의 신비한 생존을 목격한 많은 시인들은 극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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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11.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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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개의 금’이 있다. 그 첫 번째 금은 ‘황금’이다. 이 시대는 황금을 소유한 자가 강자가 된다. 그 황금이 부와 명성을 제공하는 이 시대의 신(神)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막강한 군사력은 강인한 전투력의 게르만족을 용병으로 고용해 국경을 지키게 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용병들에게 지급되는 엄청난 급료는 로마가 자랑하는 라스 메둘라스 광산에서 채취한 황금으로 가볍게 충당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 그 광산의 금이 고갈되어 폐광을 맞게 되자 이에 따라 로마의 국운도 폐쇄를 맞게 된다. 황금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사실(史實)이다. 그 두 번째 금은 ‘소금’이다. 서기 1세기에는 황금 1kg보다 소금1kg가 훨씬 값이 비쌌다. 즉 황금보다 소금이 더 귀한 가치 있는 보석으로 존중됐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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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10.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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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 그것은 진실이 거짓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이다. 이 시대의 가장 아픈 병폐, 그것은 가짜에게 진실이 축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진실의 실종 그리고 진짜의 퇴각, 이것들로 인해 이 시대는 오랜 시간동안 생(生)의 불황에 시달려왔다. 가짜를 잡는 것은 죽음과 제휴하는 극히 위험한 우(愚)이며, 가짜에게 속는 것은 우리 삶을 죽음 위로 착지시키는 불순한 악덕이다. 고대 설화이다. 유난히 체격이 크고 날랜 과보족(族). 그들은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면, 그것을 잡으려고 동쪽을 향해 무섭게 달려간다. 어느덧 태양이 서쪽으로 움직이면 또 그들은 서쪽으로 치열하게 달린다. 마침내 태양이 지는 서쪽 골짜기에 도달한 과보족, 결국 멀리 사라지는 그 태양을 보며 억울해하며 발을 구르다가 이내 하루 종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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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8.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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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그것은 몸이 기억하는 그대의 ‘과거(過去)’이다. 습관, 그것은 삶에 새겨둔 ‘문신(文身)’이다. 습관, 그것은 생각에 찍어둔 ‘지문(指紋)’이다. 그런 이유로 습관은 ‘조용하나 거대한 권력’이다. 소리 없이 사람을 지배하며 명령 없이도 삶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특히 잘못된 습관은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잔인한 위협이다. 스페인 시인 우나무노는 “습관에 계속 머무는 것은 새로운 존재가 되기를 포기하는 위험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잘못된 습관을 몸에 이고 사는 것은 지금보다 좀 더 탁월한 자신이 되기를 거절하는 삶의 유기(遺棄)이다. 이런 까닭에 ‘생(生)을 살리는 거룩한 습관’을 설계해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속의 어린 왕자, 그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두 가지 일. 그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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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8.0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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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시집을 펴다 발밑으로 떨어진 ‘그 무엇’을 본다. 그 무엇, 그것은 바삭 마른 아카시아 꽃잎이었다. 작년 한적한 시골학교 교정을 거닐다가 아름드리 아카시아가 뿜어내는 향에 만취되어 그 잎새 다섯을 따서 시집에 넣어 두었던 것을 오늘 일 년 만에 보게 된 것이다. 나는 유독 아카시아 향을 좋아한다. 짙으면서도 아스라이 사라지는 그 여운이 좋아서다. 그 강렬한 햇살 같았던 그때의 추억을 맛보려 그 잎새에 코를 가까이 대본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잎새에 있어야 할 그 향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집의 종이 향이 후각(嗅覺)을 압도한다. 그 사이에 다섯 잎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랬다. 그 잎새가 가뭄의 대지, 그것처럼 말라버린 것이었다. 마른 잎이 향은 낼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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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7.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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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협하는 두 위험은 무지(無知)와 무례(無禮)이다. 무지가 ‘이해력의 빈곤’이라면 무례는 ‘사람됨의 결핍’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 무지한 사람이 무례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무지가 악이라면 무례는 죄이다”라고 규정한다. 그렇다. 무지와 무례가 어울려 위세를 부리면 세상은 난장(亂場)이 된다. 시인 김수영은 무지와 무례에 대해 말하기를 “무지와 무례한 사람의 행위는 마치 소경이 칼을 휘두른 후 누가 얼마나 다쳤는지 모른 채 제 길을 간다”라고 했다. 가끔 가을 바다를 보다가 오랜 항해를 마치고 귀향하는 선박을 본다. 육중한 선체가 어미 품에 안긴 아이처럼 항구에 정박하는 모습에 느낌이 새롭다. 만선(滿船)의 수확을 못 이룬 실패한 배라고 항구가 그 배의 입항을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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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6.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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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바보는 항상 불필요하고 불편한 존재라 여겨진다. 평균 이하 질(質)낮은 존재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바보의 대척점에 천재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출현할 때 세상은 환호한다. 그런데 여기 질문 하나, 이 세상은 이제껏 정말 천재들에 의해서 더욱 나아진 진화와 진보를 이루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불행한 역설 가운데 하나는, 인류의 전쟁역사 5000회 가운데 비뚤어진 천재의 야욕으로 인해 기획한 전쟁이 2000회라는 것이다.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으로 점화된 2차 세계대전이 그 선명한 실례(實例)이다. 그런데 바보에게는 이런 사악한 기획이 없다. 바보에게는 사람을 속이는 계략이나 기만을 할 능력도 의도도 없는 존재이다. 오히려 바보는 사람을 사심 없이 대하는 순수함이 있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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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4.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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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겨울바다의 두꺼운 얼음을 깨는 쇄빙선(碎氷船)이 없던 시절, 지상 항구의 모든 배는 겨울에 묶인 채 3월 서풍(西風, Zephyros)이 불 때까지 정박(碇泊)이 아닌 결박(結縛)상태로 멈춰서야 했다. 그러나 모두들 부둣가에 서서 얼어버린 바다를 보며 한숨 쉬던 시절, 이에 굴하지 않고 겨울얼음바다에 갇힌 배를 출항시키려는 수고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감행했던 시도, 그것은 ‘골배질’이었다. 골배질이란 사람이 직접 얼음바다에 들어가 배를 붙잡고 있는 그 바다얼음을 깨뜨려 인공 뱃길을 만드는 수고를 말한다. 숙련된 골배질 이후 배는 꿈의 출항을 맛본다. 사람 사이에 이해와 관용이 종적을 감춰버린 이 시대, 그래서 제비가 봄을 물어 와도 이 대지엔 여전히 청둥 오리가 붙들고 있는 겨울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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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3.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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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스로에게 부탁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네 삶을 졸속(拙速)으로 살지 말라”이다. 졸속이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그 무엇을 속히 이루기 위해 분주히 행동하는 어설픔”을 말한다. 졸속이 위험한 것은 참사(慘事)가 그 뒤를 따라 오기 때문이다. 이 시대가 방향(方向)은 잃고 방황(彷徨)만 남은 것, 그것은 졸속의 인격을 지닌 사람에게 중대한 일을 결정하는 지위가 너무 쉽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그것은 ‘명령만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 그것은 ‘반대만 하는 것’이다. 졸속인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명령하는 것과 반대하는 것, 이것들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졸속은 삶을 붕괴하는 치명적 위험인 것이다. 어제 벗에게 “벗아, 그 누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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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2.0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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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지를 상시 빙하(氷河)로 살게 하는 두 원흉, 그것은 무지(無知)와 무례(無禮)이다. 무지는 삶을 초라하게 만들고 무례는 삶을 힘겹게 만든다. 곧 무지와 무례는 삶을 기형(畸形)으로 만드는 균(菌)이다. 특히 무례는 성숙을 못 이룬 값싼 인격이 만든 파행적 행위이다. 흔히 사람들은 무례를 교만의 산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사실 무례는 저급한 열등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무례한 사람은 결코 자신을 향한 조그마한 고언조차 이해할 만한 지성도 또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관용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자신을 아파하는 그 어떤 자각도 그들에게는 없다. 이것이 무례의 정체이다. 한 개인의 인격은 그에게 물질과 권력을 맡겨볼 때 변별된다. 이 두 가지 ‘전능한 힘’을 소유하고도 여전히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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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6.01.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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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놀라게 하는 ‘두 힘’이 있다. 그것은 불패(不敗)와 불변(不變)이다. 불패, 그것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힘이다. 그래서 불패는 ‘위대하다’는 찬사를 받는다. 또한 불패가 지나간 자리에는 환호와 감탄이 쏟아내는 박수소리로 요란하다. 불변, 그것은 한 번도 ‘변질’되지 않았던 힘이다. 그래서 불변은 ‘숭고하다’는 칭송을 받는다. 그래서 불변이 머문 자리에는 존경과 감동이 자아내는 경이(驚異)로 엄숙하다. 이런 이유로 불패는 ‘기록(記錄)’으로 남지만 불변은 ‘역사(歷史)’로 남는다. 이 세상을 선(善)으로 만드는 고운 힘, 이 대지를 소망으로 채색하는 맑은 힘, 그것은 마케도니아의 정복자 알렉산더와 같은 ‘지지 않는 힘’인 ‘불패신화’가 아닌, 트로이 전쟁을 떠난 남편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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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2015.12.06 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