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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결혼을 앞둔 동선 씨는 여러 결혼식에 참석하며 생각에 잠겼다. 많은 비용을 들여 애써서 준비했을 텐데 치러지는 예식에서 무언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때는 하객들의 이야기 소리가 예식에 집중할 수 없게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노래방 분위기의 녹음 음향이 전체를 이끌기도 하는 것이 아쉬웠다. 화려함이나 외적인 풍성함보다 의미 있고 되새길만한 결혼식을 추구하는 건 모두의 바램일 텐데 가벼운 분위기로 나타나는 예식이 안타까웠다. 이러한 풍조를 지닌 젊은 세대의 선택 앞에 고전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부모의 안목이나 훈수가 얼마만큼 소용이 되겠는지. 결혼식은 신랑 신부 맘대로 아닌가요? 요즘 주례 없는 결혼식을 몇 번 가보았다. 신랑과 신부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서로의 사랑을 서약하는 편지를 읽고
칼럼
전영혜
2014.05.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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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의 나이 30대 중반은 자신의 결혼관을 점검할 중요한 길목이다. 결혼의 마지막 찬스를 위해 배우자의 조건을 단순화하든지, 수동적인 자세로 결혼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연분’을 기다려 점잖게 있기로 하든지 말이다. 후자는 “괜찮은 사람은 이미 짝이 있다”, “신앙이 있는 남자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나이든 남자도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더라”며 의기소침해 하지만, 소망을 가지고 ‘한 사람’을 찾는 사람은 자신이 중요시여기는 조건들만 가지고 마음을 연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거예요 34살 세나는 유학을 떠나며 결혼을 걱정하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거예요. 공부와 결혼, 둘 다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신앙 있는 좋은 가정의 사람이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만날 거니까요.” 딸을 믿는
칼럼
전영혜
2014.04.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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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 씨는 남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사람을 잘 사귀는 명랑한 사람이다. 남편과도 재미있게 연애로 만나 뜻을 맞춰 목표를 이루며 20여 년을 지내왔다. 그런데 일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나이와 몸을 생각하라’고 훈수를 두기 시작할 무렵, 남편 몸에 이상이 나타났다. 수술을 해야 하고 얼마간 치료를 요하는 묵직한 병에 걸린 것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힘을 다해 간병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감정을 갖거나 말로 표현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여기며 ‘그러길래~’ 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묵묵히 병실을 지키고 편안함을 주느라 바깥세상을 잊고 한참을 지냈다. 두 아이 기르며 늦게까지 공부하는 남편 뒷바라지 해오다 그 짐 내려놓은 지 얼마나 되었나. 연로하신 어머니 걱정하실까 남편 아프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안팎
칼럼
전영혜
2014.03.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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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민준은 ‘예식’ 준비로 이리저리 바쁘고 머리가 복잡하다. 파트너와 함께 새롭게 살아갈 ‘결혼생활’에 대해 좀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은데, 구름에 떠있는 느낌 속에 날짜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얀 피부의 자상한 그녀가 일생을 함께 해주겠다는 말에 가슴이 벅차 ‘잘해주겠다’고 마음먹지만 그것으로 다 되는 것인지…. 어떤 점에 끌렸나 마침 교회 결혼식 준비 과정 속에 결혼예비공부가 있어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다. 상담자는 처음에 상대방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를 물었다. 생각해보니 민준은 그녀의 깔끔한 이미지와 자신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자세에 매료돼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파트너는 민준이 만나는 내내 편안한 사람이어서 결혼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칼럼
전영혜
2014.03.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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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으로 고생하는 효은이 효은이가 입술을 동그랗게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숨을 고릅니다. 숨쉬기가 힘든가 봅니다. 답답한지 가슴께를 손으로 두드리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생소한 질병, 천식이 효은이 가슴에 얹힌 탓입니다. 추수감사예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뒷자리에 앉은 효은이 기침소리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남편은 운전을 하며 효은이 기침 소리가 들릴 때마다 “효은이 어떡해!”를 연발했습니다. 나중엔 효은이가 그 말을 따라서, 자기가 기침하고 스스로 “효은이 어떡해!” 합니다. 정말 효은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발달장애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왜 하필 완치가 어렵다는 천식까지 생겼는지, 몸은 왜 이리 자주 아픈지, 이 여린 딸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밤 효은이는 밤새 몸이
칼럼
양은영
2013.12.0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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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온유집사님인데… ㄴ집사는 옷매무새와 봉사하는 솜씨가 좋다. 상냥한 성격으로 주위를 즐겁게 하기도 한다. 더욱이 성격이 강한 남편의 주장을 잘 참고 조절하는 모습이 남의 눈에도 보여 ‘온유 집사님’이라는 별명까지 듣고 있다. 그런데 ㄴ집사님을 가까이 대하다 보면 다른 사람 뒷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남의 얘기를 하고 있는 듯,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말을 잘 끄집어내곤 한다. 한번은 ㄴ집사와 그런 얘기를 나눈 사람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사람과 거리감이 생겨 어색해하는데 ㄴ집사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온유한 얼굴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 이런 면이 불편하다는 말을 하자 “내가 말할 때 동조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담전문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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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혜
2013.11.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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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효은이가 많이 아파. 지금 활동보조 선생님이 효은이 데리고 응급실에 가고 있어.”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왔는데, 남편의 긴급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응급실이라니…. “그렇게 많이 아파요? 동네 병원은 가 봤어요?” “응. 꿈센터 활동 끝나고 이비인후과에 데려갔는데, 거기서는 아픈 데를 모르겠다고 해서 응급실로 가는 중이야.” 남편의 전화에 근심이 한가득 몰려왔습니다. “여보, 응급실 말고 OO소아과에 먼저 가보는 게 어때요? 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거든요. 그 이비인후과는 전에도 그런 걸 모르겠다고 했었어요. OO소아과가 그 쪽으로 잘 보니까 거기 가서 진료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응급실 가면 돈 많이 나오잖아요.” 남편을 설득해 효은이를 동네 소아과로 보냈습니
칼럼
양은영
2013.11.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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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축제의 계절입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도 한마당 축제가 열렸습니다. 나이가 20대 이상으로 생각되는 장애인 청년들이 공연을 위해 떼를 지어 무대에 섰습니다. 어눌하긴 해도 밝은 표정과 천진한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흥겨운 춤과 노래로 공연을 펼친 그들은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분명 즐거운 무대였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앳된 얼굴마다 눈길이 머물고 가슴이 아파져 왔습니다. ‘10년 후쯤, 효은이의 모습이 저렇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효은이 모습을 본 것 같았습니다. ‘효은이도 저들처럼 장애인으로 나이가 들어가겠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예전에 효은이의 놀이치료 선생님은 제게 이런 질문을 던
칼럼
양은영
2013.11.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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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편1) 장로교의 출발지- 스코틀랜드2) 종교개혁의 역사 도시- 에딘버러3) 종교개혁의 중심인물- 존 녹스4) 셀틱 투어- 기독교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5) 스코틀랜드 교회의 부흥을 꿈꾸는 사람들 ‘셀틱’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사는 켈트족에서 나온 말로, 예술성이 깃든 독창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감성적으로 노래하는 ‘셀틱 우먼’이 그렇고, 성경의 메시지를 노래와 음악으로 전한 ‘셀틱 수도사’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라틴어와 고어체 영어의 아름다운 ‘린디 스파니 복음서’가 그러하다. 에든버러에서 기자가 만난 ‘셀틱 투어’팀-이제 그들을 따라 로열마일에 스며있는 스토리를 따라 가보자. 에든버러 성 뒷골목 지하실검정 가운의 중세수도사 복
칼럼
전영혜
2013.11.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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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낭만적인 투정천정에서 물이 떨어집니다. 윗집 배관 어딘가에서 누수가 시작되어 부엌 여기저기가 새고 있습니다. 벌써 3개월째. 집주인에게 얘기했지만, 수리가 차일피일 미뤄져 왔습니다. 벽에는 곰팡이가 꺼멓게 피어서 흉측하게 변해버린 부엌에서 더 이상 밥을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흥건해진 바닥을 닦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물그릇을 갈고, 바닥을 닦고…. 그러다 오늘 아침, 남편은 기어이 화를 냈습니다. “이 집이 싫어. 이사 가고 싶어. 깨끗하고 반듯한 집에서 살고 싶어.”남편의 불만이 쏟아집니다. 작년 여름에 이사와 첫 겨울을 난 이후, 남편은 걸핏하면 이사 가자는 말을 꺼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난방해도 추운 방,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온갖 벌레, 천정에서 툭툭
칼럼
양은영
2013.10.2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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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편1) 장로교의 출발지- 스코틀랜드2) 종교개혁의 역사 도시- 에딘버러3) 종교개혁의 중심인물- 존 녹스4) 셀틱 투어- 기독교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5) 스코틀랜드 교회의 부흥을 꿈꾸는 사람들 “이 한 사람, 스코틀랜드인에게 전 세계와 이 나라는 빚을 지고 있다.” 토마스 카알라일은 존 녹스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유럽을 손에 쥔 교황청의 권력에 맞선 용기와 힘을 다해 승리한 데 대한 고마움이었을까. 가톨릭 사제로 서품을 받았으나 성직자들의 무지와 타락을 보면서 바로 개혁의 길에 들어선 존 녹스, 그는 활기와 박력이 넘쳤으며, 솔직한 표현과 열정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함에 있어 누구 앞에서도 위축됨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사제에서 개혁자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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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혜
2013.10.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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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씨는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며 품위 있고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그려 보았다. 그것을 가장 방해하는 게 뭘까. 소란스러운 것-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모여 좋은 날이라 들떠서 그렇지만, 예식 중에도 소란한건 안타까운 일이다. 진영 씨는 결혼식에 참여했을 때 느낀 몇 가지를 짚어 보았다. 질투 어린 잡담어린 신부가 준수한 신랑과 결혼하던 날이다. 뒤에 앉아 얘기하는 아가씨들이 신부 친구들인 모양이다. “쟤 얼마 안 사귀었지?”, “나이 차이 좀 많지”, “신부 화장하니까 딴 사람이네”, “같은 회사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예식 내내 특히 주례사가 잘 안 들리게 자기들끼리 잡담을 해서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본인들은 별 생각이 없는 듯 했으나 질투의 모습으로 보였다.
칼럼
전영혜
2013.10.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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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씨는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며 품위 있고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그려 보았다. 그것을 가장 방해하는 게 뭘까. 소란스러운 것-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모여 좋은 날이라 들떠서 그렇지만, 예식 중에도 소란한건 안타까운 일이다. 진영 씨는 결혼식에 참여했을 때 느낀 몇 가지를 짚어 보았다. 질투 어린 잡담어린 신부가 준수한 신랑과 결혼하던 날이다. 뒤에 앉아 얘기하는 아가씨들이 신부 친구들인 모양이다. “쟤 얼마 안 사귀었지?”, “나이 차이 좀 많지”, “신부 화장하니까 딴 사람이네”, “같은 회사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예식 내내 특히 주례사가 잘 안 들리게 자기들끼리 잡담을 해서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본인들은 별 생각이 없는 듯 했으나 질투의 모습으로 보였다.형식적, 이기
칼럼
전영혜
2013.10.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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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입니다. 효은이는 할머니 집에 간다고 며칠 전부터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제게 다가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 추석엔 어디에 가요?”“할머니 집에 가지.”“할머니 집에 가서 뭐 먹어요?”기대에 차 반짝이는 눈. 다 알면서, 확인하는 질문입니다.“글쎄…. 뭐 먹을 건데?”“송편!”크게 외치며 효은이가 활짝 웃습니다. 원하던 것. 바라던 것. 그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 싱글벙글합니다. 그렇게 기다려 왔던 추석. 연휴의 첫날에 부모님 댁을 찾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한결같은 넉넉함으로 저희를 맞으셨습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효은이가 인사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이쪽 편에 서 계신데, 저쪽 편을 향해 인사를 했습니다. 당황스러운 모습이지
칼럼
양은영
2013.10.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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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마당에 해가 뉘엿뉘엿 집니다. 주일 하루가 갑니다. 오전예배를 시작으로 성경공부하고, 점심먹고, 오후 프로그램하고, 교제하고…. 교인들 대부분 해가 기우는 시간까지 교회에서 주일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고도 이야기꽃이 한창입니다. 저물도록 이야기해도 끝나지 않을 교우들 간의 정다운 나눔입니다. 어른들뿐 아닙니다. 아이들의 놀이도 끝없이 이어집니다. 남자아이들의 공놀이, 딱지치기, 사방치기, 흙놀이. 여자아이들의 소꿉놀이, 미용실놀이, 병원놀이, 고무줄놀이…. 그렇게 저마다 어우러져 주일 오후를 빛내고 있습니다. 정혁이도 저 아이들 틈 어딘가에서 신나게 어울려 있습니다. 아이들마다 실컷 놀아 꼬질꼬질해진 모습들이 사랑스럽습니다. 효은이의 유일한 친구, ‘자연’그 익숙한 풍경 속에 효
칼럼
양은영
2013.09.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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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당한 효은이효은이가 다쳤습니다. 방학 중 진행되는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지렁이 관찰하느라 땅바닥을 보고 있었는데, 옆 친구가 잘못 휘두른 삽자루에 맞았답니다. 이마에서 피가 많이 흐르자, 놀란 선생님은 119를 부르셨습니다. 근방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이 소식을 듣고 곧장 효은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효은이가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요. 안 봐도 본 것 같습니다. 그 날은 저의 첫 휴일이었습니다. 방학을 맞이했지만 보충수업 때문에 매일 출근하다가 그것을 끝내고 맞이한 첫 휴일이었습니다. 복직 후 계속되던 수고와 긴장의 끈을 이제야 잠시 늦추고 느긋이 휴식을 즐기고 싶었는데, 하필 그 좋은 날에 마침 효은이가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매일 출근하던 제가 집에 있는 줄 어
칼럼
양은영
2013.08.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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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음이 담긴 카드효은이가 그네를 탑니다. 그네를 얼마나 잘 타는지 모릅니다. 춘향이 단오절에 그네 뛰듯이, 온 힘 다해 발을 굴러 하늘 높이 올라갑니다. 그네가 뒤집힐 듯, 효은이가 납니다. 몸이 뒤집어져도 아랑곳없습니다. 거침없고 겁 없이 그네 타는 효은이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느 집사님은 다음과 같은 카드를 써주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네를 제일 잘 타는 멋진 효은아!그네를 힘차게 밟는 그 박진감으로 네게 주어진 모든 어려움들을 용감하게 이겨나가며, 더 높이 올라갈수록 느끼는 아찔한 속도감 가운데서 느끼는 그 모험심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나아가렴.효은이가 매주 그네를 타면서 그 누구보다 더 멀리 바라봤던 그 넓은 세계가
칼럼
양은영
2013.08.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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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마중요즘 퇴근길에 큰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전철역으로 직접 마중 나오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여느 역과는 달리 철저히 인적 드문, 집 근처의 지하철 역. 즐거운 기대감으로 지하 역사를 빠져나오면 저 멀리서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보! 효은아! 정혁아!”제가 먼저 소리쳐 부르면, “여보~!”“엄마~!”“엄마~!”메아리처럼 세 명의 소리가 차례로 돌아옵니다. 곧이어 남편과 아이들이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제게로 돌진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한 마리도 졸래졸래 뒤따라옵니다. 마침 역사 앞 넓은 길은 도로 공사로 차량통행을 막아 놓아, 온가족의 자전거 질주에 안성맞춤입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힘차게 달려오는 세 대의
칼럼
양은영
2013.07.07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