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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나는 그 폭염에도 조깅을 쉬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달리는 일은 나에게 의무처럼 부과된 일과였다. 그날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고, 그늘을 골라 달리는데도 길 위에는 바람 한 점 일지 않는 찜통이었다. 땀이 온몸에 흘러내렸다. 머리에서 얼굴로 떨어지는 땀방울은 금세 미지근해졌다. 당장 숨이 막힐 듯했다.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문득 작년 여름, 동해에서 서해까지 이어진 DMZ를 열하루 동안 부르튼 발을 절룩이며 뙤약볕과 폭풍우를 가로질러 걸었던 목사님이 떠올랐다. “차라리 작년이 나았어. 올해였다면 더 힘들었을 거야.”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어?” 하고는 멈춰 섰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9.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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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중국계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자 사회학자 룽잉타이가 쓴 책 (룽잉타이 지음, 사피엔스21)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아버지의 파란만장했던 시간을 돌아보는 책이다. 나이 오십이 넘을 무렵에 룽잉타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이 일이 자신이 연구해온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에 비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깨닫는다. 나도 그러했지 싶다. 청년의 때는 사회적인 이슈들이 언제나 우선이었고, 가족의 이야기는 가정사라는 범주에 가두어 사소하게 처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룽잉타이의 고백처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대부분의 사회적인 이슈들이 사소한 곁가지에 지나지 않아졌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이 살아온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7.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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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대개의 자식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슬피 운다. 무엇보다 살아계실 때 못 다한 효도가 죄송하여 더욱 슬퍼한다. 대부분의 자식들은 안다. 잘한 일보다 못한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하지만 자랑스럽게 ‘이것 하나만큼은 정말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부모님을 보내드릴 때 작은 위로라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말이 와 닿았다. “세상에서 내가 어머니께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어머니가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권유하고 응원한 일입니다.” 그는 자신이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나, 효도관광을 보내드린 것이나, 좋은 음식을 대접한 것을 말하지 않고 어머니의 자서전 쓰는 일을 도운 일이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6.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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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지극히 가치 있는 것은 모두 간절하게 정성을 다함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한 사람에게만 기쁜 꿈, 어떤 집단에게만 유익한 법, 어느 한 나라에게만 좋은 세상,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희망인 그것, 그런 세상, 그런 날은 간절하게 꿈꾸고, 노래하고, 기다리고, 정성을 다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지 싶습니다. 평화를 바라는 마음도 그런 마음일 테지요. 우리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대치하며 언제 터질지 모를 전쟁의 공포에서 위축되어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핵을 없애고 평화롭게 왕래하는 날이 오기를, 남북이 만나고 북미가 만나서 이 모든 죽음의 기운들을 없애는 복된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6.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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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먼저 일어날게요.” “왜? 벌써 가게? 이러면 분위기 깨지는데….” “미안해요. 가서 할 일이 있어요.” P는 붙잡는 동료들의 부탁을 뿌리치고 자리를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P가 사라진 회식 자리에서 그의 자기 관리 또는 배려 없는 이기심에 대해 한 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내일 아침에 일이 있다고 하잖아. 확실한 자기 관리… 부러운 걸.” “그래도 오랜만의 회식인데 혼자 가버리면 다른 사람들 기분은 뭐가 됩니까?” “맞아요. P 선배는 이기적이에요.” 직원들은 P의 자기 관리 스타일을 나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갔다. 누군가 P의 성장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까지는…. 살아내야 했던 시간 “P…열네 살 때 엄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4.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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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아랑이가 며칠 전부터 제대로 걷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털이 많이 빠져서 머리 부분에는 붉은 피부가 드러났다. 아랑이는 암컷 팬더 마우스(Panda Mouse)이다. 이 품종은 생쥐를 애완동물로 기르기 위해 개량한 품종으로 아주 작은 몸집에 팬더의 무늬를 가졌으며, 평균수명이 2년 정도인데, 1년 전 우리 집에 올 때 이미 12개월 쯤 되었으니 수명이 거의 다한 셈이었다. 인터넷으로 병원을 검색한 뒤 차로 30분 가까이 걸려서 찾아갔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더니 의사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얼마예요?” “10만 5,400원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병원비에 나는 당황했다. 수중에는 5만 원짜리 한 장이 전부였다. 프리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3.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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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J에게. 나는 벌써 마흔여덟이 되었다. 올해 나는 네 번째 개띠 해를 맞았다. 초조함은 사십 줄에 들어서면서 줄곧 따라다녔다. 무엇 하나 해놓은 건 없고, 나이를 더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래저래 갚아야 할 빚만 더 늘어나니 이제는 새해를 맞는 일조차 두렵다. 대학생이었을 때,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은 늘 우리 손바닥 안에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던 그 시절, 그 믿음이 너무 커서일까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했다. 너는 늘 시위현장에서 살았고, 나는 선교단체의 멤버로 몰두하여 살았다. 네가 수배자가 되어 걸인처럼 살아가던 그 여름에, 나는 농촌으로 들어가 무전여행을 하며 전도를 하였다. 새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2.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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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1 문득 C가 떠오른 까닭은 간밤에 눈이 내려서일지 모른다. 그리고 시 한 구절이 누군가로부터 배달되어서인지 모른다.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린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 - 정현종의 ‘시, 부질없는 시’ 중에서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아름다우면 될 일이다. C라면 이런저런 클리셰이(cliche), 진부하거나 판에 박은 표현들을 훌훌 털어버린 채 묵묵히 제 걸음을 재촉했으리라, 생각했다. 2 우리는 모일 때마다 우리 모임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그 의미에 부응하여 활동하고 있는 서로를 격려해주었다. “형은 어르신들의 신임을 받고 계시잖아요. 형이 아니면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8.01.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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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지난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르기까지 마을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하였다. 모를 심고, 물을 대고, 가뭄에 논바닥이 마르면 타는 속으로 안절부절 못하였다. 이제 가을걷이를 마친 농부들은 제각각 가족들과 재잘거리며 웃고 있을 게다. 농촌 교회에 부임하여 20년이 흐른 셈이다. 이 마을에 들어와서 목회를 시작한 그때는 서른이 갓 넘은 때였다. 그 무렵 나는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었고, 농촌생활을 해본 경험도 없었다. 선배가 교회를 떠나야 할 상황이었고, 아무도 농촌교회에서 오래 목회하려고 하지 않았다. “선배, 후임자는 나타났어요?” 하고 물었을 때 선배는 친절하게도 “왜? 네가 오게?” 하고 되물어주었다. 애송이 같은 내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11.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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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니? 그 인간, 이제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반대만 하려고 들어. 내가 그 동안 자기를 어떻게 대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아. 새벽에 부부싸움 했다고 집을 나와서 전화했을 때도 자다가 뛰쳐나가서 밤새도록 말벗이 되어준 게 나야. 가을 상품 출시하느라 밤늦게까지 일할 때 우리 큰아이 아픈데도 사무실에 남아서 자기 일 도와준 것도 나야. 그것뿐이니? 인사고과점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아끼던 기획안도 넘겨주었잖아. 내가 이런 것까지 들먹이며 공치사를 해야 해? 사람을 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거야?” 나의 문자는 속에 담아둔 말을 음식물 토하듯 게워냈다. 디자인실에서 함께 일하는 입사 동기 K 때문이다. 그녀와 나는 함께 입사했으나 올해 승진을 내가 먼저 하는 바람에 K는 나의 지시를 받아야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09.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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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휴가 낼 수 있어?” “어. 왜?” “나, 그날 어디 다녀와야 해. 당신이 애들 학교 보내고, 학교 끝나면 학원도 좀 보내줘.” “어디 가?” “있어. 나중에 말해줄게.” 아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논술 과외도 휴강을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휴가를 내고 아이들 아침상을 차리고, 학교에 잘 다녀오라고 인사도 하고, 설거지와 청소를 한 뒤 집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열 시가 가까웠다. 아내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점심을 먹으려고 국 냄비를 불에 올리려고 할 때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 짜증 나.” “왜?” “망했어.” “뭔 소리야?” “그럴 일 있어.”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07.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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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위화는 장편소설 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예모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의 원작자도 위화입니다. 위화의 첫 직업은 치과의사였습니다. 병원에서 그는 가장 어렸기에 이를 뽑는 일 외에 여름마다 약상자를 어깨에 메고 마을의 공장과 유치원을 찾아가 노동자들과 아이들에게 예방주사를 놓았습니다. 문제는 일회용 주사기도 없고 물자도 부족해 사용한 주사기를 간단히 소독만 하고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니 바늘 끝이 구부러져서 팔뚝에 바늘을 꽂기도 힘들고, 주사기를 뺄 때 작은 살점이 바늘을 따라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사를 맞을 때마다 노동자들은 이를 악물고 극심한 고통을 참곤 했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05.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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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대모’로 평생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다가 지난 1월 27일 소천하신 문수영 목사님이 계십니다. 그녀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여섯 번의 사법고시 불합격은 건강 악화와 방황으로 이어졌는데, 그때 예수님을 만난 후 신학교에 입학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녀는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보살피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더불어 남대문경찰서 요청으로 넝마주이들을 돌보게 됩니다. 그러나 난폭한 그들을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겨웠고, 날마다 문고리를 잡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왜 여자인 저를 쓰십니까? 난 약하고 그들은 강합니다.” 마침내 그녀의 약함이 그들의 강함을 꺾습니다. 그들은 사랑으로 돌보시는 목사님을 보면서 “어머니”라 하며, 몸이 약하신 목사님을 보살폈습니다. 문
한 사람이 온다
이영훈
2017.04.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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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어머니 이삿짐센터에서 와서 다 해줄 텐데 그만두세요. 그러다 몸 상해요.” “내 짐인데 내가 정리한 뒤에 맡기더라도 맡겨야지.” 어머니는 이사가 결정된 뒤로 혼자서 이사 준비를 하셨다. 이른바 ‘독거노인’이시니 당신의 짐 정리를 누가 나서서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머니는 서랍 하나하나를 비우고 가져갈 것들은 다시 비닐에 담아서 서랍을 채웠다. 장롱과 벽장도 그렇게 정리했다. 싱크대는 그릇을 꺼낸 뒤 청소를 깨끗이 하고 종이를 깐 뒤 그릇들을 올려두었다. 창고에서는 오래 된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오래 고민한 뒤 버릴 것을 골라냈다. 그러나 버릴 게 별로 없었던지 짐의 양은 줄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군에서 입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04.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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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으신 어느 선교사님이 회고록 쓰기 교실에서 풀어놓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내기 전에 논을 일구듯 이런저런 생각들이 파헤쳐지다가 어느새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선교사님의 아버지는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후 부모 잃은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고자 고아원을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나면서 고아들의 수는 쑥쑥 늘었고 전쟁 후의 가난한 나라에서 누구보다 가난한 고아들의 부모가 되어 살았습니다. 그 가난한 시절에 아버지의 착하고 숭고한 뜻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열째 아이를 낳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날이 하필 추석이어서 어머니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고아원 아이들이 먹을 명절 음식을 만드시느라 무리를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서도 대구에서는 이름만 들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04.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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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온다’는 ‘자서전 쓰기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는 코너입니다. 선생님이 주신 시집 책장에서 낡은 시집 한 권을 꺼낸다. 출판한 지 사십 년이 지나 표지를 싼 비닐은 낡아서 벗겨진 채이다. 시집의 발행정보 아래 ‘값 1,500원’이라 적혀 있고, 표지를 열면 면지에 “아무개 군에게”라 쓴 만년필 글씨와 저자의 이름, 쓴 날짜가 남아 있다. 아마도 내가 소유한 첫 시집이면서, 저자의 서명을 받은 첫 책이기도 할 것이다. 시인은 내가 다니던, 작은 지방 도시 중학교의 국어선생님이었다. 고향 사람들은 내 이름 ‘명규’를 부를 때 ‘명’자를 ‘맹’자로 발음했는데, 그 ‘맹’자 발음 덕분에 내 별명은 ‘맹물’이 되었다. 그 ‘맹물’이란 별명을 처음 불러주신 이도 시인이던 국어선생님이었다. 선생님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03.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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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김 목사님이세요?” “예, 제가 김 목사입니다. 누구신지….” “아…저는….” 육십 줄의 여성으로 보이는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과 주저함이 묻어 있었다. “며칠 전 장례를 치른 장씨의 전처입니다.” 장씨는 우리 교회에 출석하던 분으로 인근 쪽방에서 살다가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갔으나 분향소도 없고 단지 시신만 안치된 상태였다. 유가족도 없었다. 다행히 아들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소식을 알렸고, 며칠 뒤 발인예배만 간단히 드린 뒤 고인을 떠나보냈다. 아들로부터 들은 장씨의 과거는 복잡했다. 세 명의 아내와 살았고 둘째 아내로부터 아들을 낳았으나 헤어진 뒤 돌보지 않았다. 그야말로 사고무친의 노인이었다. 장씨의 전처로 소개한 이는 감사의 뜻으로 식사를 대접하
한 사람이 온다
박명철
2017.02.01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