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마스크를 쓰는 일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자연스레 마스크를 안경 끼듯이 쓰고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그것보다는 사랑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없음이 가장 힘들었던 경험 아닐까. 그나마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만날 수 있었지만 해외에 떨어져 있는 경우는 정말 만나기가 힘들었다. 전화도 있고, 화상 채팅도 할 수 있는데라고 할 수 있을까. 만남은 원래 눈을 마주보며, 손도 잡아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임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게 귀하기만 했던 만남이 코로나
“많이 듣는 것이 많이 말하는 것이다”“이 시대 사람들은 말은 잘하는데 대화는 서툴다”카산드라의 비극 ? “듣지 않는 시대”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에 의하면,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의 딸인 카산드라는 아폴론으로부터 자신을 사랑하는 조건으로 예언의 능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예언의 능력만 받고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다. 분노한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예언을 이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이후 10년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해 그리스연합군은 오디세우스의 전략에 따라
특집 : 듣기‘들어주는 상담실’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으신지.그것도 내 이야기를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말하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주제와 자주 쓰는 단어가 있을 때 그것을 짚어주며 느끼게 하는 상담사가 귀 기울여 준다면 어떨지.인간 중심 또는 내담자 중심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바로 이런 상담의 선구자였다. 상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잘 들어야 함(경청)’을 주창한 그는, 1940년대 ‘정신분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지시적 상담을 주로 하던 시절, 내담자를 중심으로 잘 들어주며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게 해야 함을 강조했다
불통의 상징원억미신자(寃抑未伸者),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풀어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사람의 원을 풀어주고자 ‘신문고’를 운영했다. 1401년, 그러니까 태종 때에 설치한 등문고(登聞鼓)가 그 시작이다.신문고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통한 일을 당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일단 대궐에 위치했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이 이용하기 매우 어려웠다. 북을 울리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엄벌을 내렸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신분제’를 거스르는 일, 즉 상관을 고발하는 등
3월. 입시든 취업이든 정한 목표에 도착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현실에서 ‘그래, 한 번 더 해 보자’라고 마음먹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려운 일은 집에 오는 길, 버스에서 만난 학과점퍼를 입은 친구에게 “잘 지내? 학교 갔다 오는구나?”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 또는 긴장한 탓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동창회에 나온 친구에게 “사원증 뭐냐~ 이름표냐”라며 학생 때처럼 호탕하게 놀릴 수 있는 진짜 용기를 내는 일이다.본인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그 부모, 조부모의 이야기가 되고, 형제자매의 이야기가 된다. 특히 부모님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꿈을 향해 나아갈 여력이 없는 사람일까, 아니면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일까, 잘하는 것이 없어서일까, 나이가 많아서일까,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서일까. 소유하던 꿈을 도둑맞은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꿈조차 꿀 수 없는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그 어떤 쪽이든 꿈 하나 소유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아니, 크게 보면 변화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큰 손해일 수 있다.변화의 현장에는 늘 꿈꾸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의 꿈은 그래서 무시할 수 없다. 1963년 8월 28일 미국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만약 당신이 중년기에 접어들었다면, 당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못 들어본 질문이 있을 것이다. 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당신이 꿈꾸는 삶은 무엇인가?”자신이 원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1년 전 한 40대 주부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 여성은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지독한 우울을 토로하고 있었다. 남편은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했으며, 자녀들도 학교에서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지만.그녀는 뭔가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우울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가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어린아이의 꿈은 무얼까. 부모 마음에 들어 웃음으로 칭찬받는 것일까?그러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원하는 것을 다 살 수 있는 신용카드 갖는 게 소원’이라 말하기도 한다. 위인전을 많이 읽은 아이라면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르게 살려고 생각하며 성장한다. 다르게 살려는 마음은 귀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커가며 힘든 시간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꿈이 뭐예요?” 묻는 말에, 속 깊은 소원을 지닌 사람은 그것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마음속에 품은 꿈은 ‘지속적인 노력’과 ‘행운(하나님의 뜻)’이 맞아야 하며, 어쩜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소리도서관을 만들게 된 이유“시각장애인 신학생이 읽을 수 있는 신학도서가 없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것이 이 사역의 시작입니다. 조사해보니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약 주석은 한 권 밖에 없더군요.”2009년 AL 미니스트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과 시각장애 선교를 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국내 최초 기독교 전자도서관인 ‘AL-소리도서관’을 설립하여 시각장애가 있는 다음 세대 및 장년, 목회자들 양육과 목회 연구 지원에 필요한 기독교 도서를 데이지 파일로 제작하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포로수용소, 꿈꿀 수 없는 곳구약성경 은 유다 왕국의 마지막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전 604년부터 바벨론은 고대 중동 세계를 오롯이 하고자 한 느부갓네살 왕이 다스린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 유다의 지도층은 또 다른 강대국 애굽에 기대어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이에 느부갓네살은 주전 597년에 예루살렘을 무너뜨리고 어린 임금 여호야긴과 유다 상류층 인사들을 바벨론으로 사로잡아간다.이때 끌려간 무리 중에 에스겔이 있었다. 이름의 뜻은 ‘하나님이 힘 있게 하시기를!’. 그러나 청년 에스겔의 삶에
요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단어는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크기나 수량 등을 줄이는 판매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용량을 줄일 경우 눈치만 채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은 꼼수 방식으로 여겨진다.우리는 어떨까. 우리 인생은 ‘정량’일까.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무게가 모자라고, 성분이 달라지고, 모양이 바뀌고,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을까.새해를 시작하며 ‘인생
특집 : 인생 가계부 쓰기삶, ‘단 한 번’만 초대받는 소중한 시간9세기 일본의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는 “삶은 오래된 집의 지붕 위를 걷는 아찔한 시간”이라고 했다. 삶이 갖고 있는 의외성과 위험성을 절묘하게 표현한 통찰이다. 그렇다. 삶은 정답이 쉽게 발견되는 일차방정식이 아닌 수많은 공식이 동원되어야 풀리는 미적분이다. 그럼에도 이 시대는 사유와 성찰이 존중받는 품격의 삶보다 정돈되지 않은 거친 감정과 신념에 갇혀 쉽게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이런 세태를 불편하게 바라보았던 의 작가
‘당신의 시간을 기록해 보면 그것이 당신 자신을 나타낸다.’ 시간을 어디에 많이 쓰는가가 자신의 삶을 말한다는 것.‘너의 장미꽃이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의 한 구절이 시간의 가치를 이렇게 얘기한다.시간을 길게 쓸 수 있나빠져나가는 시간을 단속하려면 ‘시간 장부’를 쓰라고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이 말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까. 뇌과학 심리학자 슈테판 클라인은 ‘일 목록’을 작성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가려내라고 말한다. 흔히 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특집 : 인생 가계부 쓰기일기 쓰기초등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일기 쓰기. 매일 기록하면 좋으련만, 한 달이 훌쩍 넘는 긴 방학 기간의 일기는 개학 며칠 전부터 쓰기 시작한다. 기억을 짜내어 쓰면 그나마 다행. 때로는 내 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소설과도 같은 일기를 쓰기도 했다.열 살 때부터 차곡차곡 일기를 쓴 사람이 있다. 바로 김교신이다(1901-1945). 기독교 사상가이자 교육자, 출판인, 그리고 독립유공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그가 발행한 잡지 은 발행부수는 적었지만 동
특집 : 인생 가계부 쓰기월급만 제자리이고 대출금리, 점심값, 월세 등 모든 것이 오르는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 돈을 지혜롭게 잘 쓰는 것이 참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돈을 지혜롭게 잘 써야 한다.’는 테마는 참 재미가 없습니다. 줄이기는 힘든데 효과는 별로 없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돈을 잘 관리하고 지혜롭게 쓰지 않으면 돈은 통장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재미없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 2024년 좋은 머니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방법을 나누려고 합니다.첫 번째 방법, 돈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1분 지출 기록법
일러스트=초록담쟁이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연극 . 크리스마스 성극 중 여관주인을 맡은 덕구는 지적으로는 조금 부족한 아이. 이제 순서가 되어 만삭인 마리아와 요셉에게 ‘빈 방이 없다’라고 해야 하는데, 아이는 머뭇거린다. 그리고는 매몰찬 답변 대신 “내 방이 있어요, 내 방을 사용하세요!”라고 겨우 소리친다. 나로 꽉 차서 누군가에게 한 뼘의 공간도 나누지도, 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을 두드린다.누군가를 환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환대받지 못했던 아기 예수를 생각하게 하는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새겨야
특집 : 당신을 환대합니다혼자 밥 먹게 내버려 두는 것“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예능 프로그램 에 나와 화제가 되었던 박주영 판사의 말이다.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청년들에 대한 판결문 마지막 문장이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결국 혼잣말 하도록 내버려 두는 일의 무정함을 이보다 더 간결하고 서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말을 바꿔 보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매정한 일은 혼자 밥 먹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주일예배 후 식사 시간이 되면 익숙한
‘환대의 기억’을 짚어보려 지난날을 돌아보니 때마다 따스한 일들이 기억의 캐비닛에 차 있음을 깨닫게 된다. 눈앞의 삶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일을 충분히 되새기며 살지 못했는지…. 그중 외롭고 가난한 이방인으로 살던 때 우리를 신선하게 감싸주었던 이야기를 적어본다.영국에서 맞은 첫 크리스마스남편의 유학으로 영국에 온 첫 해, 집을 제외하고는 한 살과 네 살짜리 아이들과 펼치고 앉을 데가 어디에도 없었다. 9월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하더니 12월엔 오후 세 시부터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며 이른 밤이 시작됐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
특집 : 당신을 환대합니다환대할 수 있는 대상을 환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환대할 수 없는 대상을 환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적인 환대일 것이다.- 왕은철, (현대문학, 2020)소설 는 권정생(1937-2007)의 소설로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 1947년부터 시작하는 몽실이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가난한 몽실이. 술로 세월을 보내는 아빠가 멀리 돈 벌러 나갔을 때 엄마와 도망을 갔지만 엄마가 재혼하여 동생이 생기자 새로운 구박이 시작된다. 새
특집 : 당신을 환대합니다“보편적인 인권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작은 곳,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입니다. 아주 가깝고, 아주 작아서, 그곳은 어떤 세계지도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은 각각의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중략) 작은 곳에서부터 인권을 지키려는 모두의 노력이 없다면 보다 큰 세계에서의 발전도 헛될 것입니다.”1958년 세계인권선언 채택 10주년을 기념한 엘레노어 루스벨트의 연설이다.그래서일까. 안산에 위치한 탈북아동생활공동체 ‘우리집’을 마석훈 선생님(사진 위)이 세운 마음 가운데에는 ‘우리가 이 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