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이 말한다.“학원 다니느라, 숙제하느라 친구랑 놀 시간이 없어 엄마에게 힘들다고 말했더니 ‘어른 되면 더 힘들어’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른이 될수록 더 힘들어지면 왜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나요?”아무리 노력해도 더 힘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니. 왠지 낯설지 않은 말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이 동일한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학, 취업, 건강, 노후대책 등 충분히 예상되는 과제들이 ‘지금’ 우리의 발밑을 흔든다. 그러니 우리가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발밑이 흔들려
특집 : 흔들려도 괜찮아비교의식, 불안의 주범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자살률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상당히 오랜 기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죽음에 이른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을 경우, 한국은 24.1명(2020년)으로 2위를 차지한 리투아니아의 18.5명과 비교해도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무색하게 현저한 차이로 자살률 1위인 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해야 할지 안타까울 뿐이다.특히 10대와 20대, 노인의 자살률이 현저히 높다. 고도성장에 따른 무한경쟁시
큰 농장을 일구어내며 자연재해를 겪고, 직원들과 갈등도 겪어온 앨버트 폴섬, 그가 늘그막에 여유 있는 모습으로 지내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조언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언젠가 쓴 글이 있다며 꺼내 들었다.“누가 내게 인생에 대해 질문하면 어떤 말로 시작할까. 찬란하게 달리던 멋진 날들을 얘기해 줄까, 아니면 숨 가쁘고 두려웠던 날들을 이야기해줄까.”삶이 건네주는 땀과 고민, 그 속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생각한 말이라 했다.삶의 반쪽 어두움치열하게 살지 않던 어린 젊은 날, 이런저런 실패와 좌절을 만나면 노력 부족 때문
특집 : 흔들려도 괜찮아자연스러운 죽음을 생각해 보라현직 서울대학교병원 간호사이자 대학 강단에서 응용현상학을 강의하는 박혜윤 박사(예술학·성균관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사진).박혜윤 박사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 공간 안에서도 특히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된 ‘조직은행’ 실무를 맡고 있다. 조직은행은 인체 조직 기증 상담 및 뇌사자와 사후 기증자의 조직 채취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이다.“오늘날 대부분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이 바로 병원입니다. 하지만 병원 침대에서 여러 대의 생명유지 장치에 둘러싸인 채로 죽어가는 것은 매우
특집 : 흔들려도 괜찮아현대인은 수많은 선택을 마주합니다. 그 선택에 대한 자유는 우리를 고민으로 이끌고, 그 고민은 쌓이고 쌓여 불안을 낳아요. 근대 이전엔 사는 지역도, 평생의 반려인도, 직업도, 친구도 이미 대충 정해진 상태로 살았기에, 특별히 선택하고 자시고 고민할 게 많지 않았었죠.하지만 우린 어디에 살지, 누구랑 결혼할지, 무슨 일을 할지, 그리고 누구랑 함께하게 될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수많은 선택 앞에서 불안해하고, 또 과거의 결정을 후회하며 자책합니다. 과거에 비해 할 수 있는 것과
독일 사회학자 에른스트 란터만은 를 통해 불안한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탐구했다. 사실 현대인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아닌 ‘경제’.집값이 폭등하고 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소득은 변화가 없으니 불안할 수밖에.청년들뿐 아니라 노인들의 삶의 불안도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불안하니 ‘돈 벌 궁리’에 혈안이 되어 있다. 물론 건강한 삶을 위해 소득 활동을 하는 것은 종교개혁가들의 가르침대로 직업 소명설을 받드는 일이겠지만, 과열된
코로나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마스크를 쓰는 일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자연스레 마스크를 안경 끼듯이 쓰고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그것보다는 사랑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없음이 가장 힘들었던 경험 아닐까. 그나마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만날 수 있었지만 해외에 떨어져 있는 경우는 정말 만나기가 힘들었다. 전화도 있고, 화상 채팅도 할 수 있는데라고 할 수 있을까. 만남은 원래 눈을 마주보며, 손도 잡아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임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게 귀하기만 했던 만남이 코로나
“많이 듣는 것이 많이 말하는 것이다”“이 시대 사람들은 말은 잘하는데 대화는 서툴다”카산드라의 비극 ? “듣지 않는 시대”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에 의하면,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의 딸인 카산드라는 아폴론으로부터 자신을 사랑하는 조건으로 예언의 능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예언의 능력만 받고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다. 분노한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예언을 이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이후 10년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해 그리스연합군은 오디세우스의 전략에 따라
특집 : 듣기‘들어주는 상담실’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으신지.그것도 내 이야기를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말하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주제와 자주 쓰는 단어가 있을 때 그것을 짚어주며 느끼게 하는 상담사가 귀 기울여 준다면 어떨지.인간 중심 또는 내담자 중심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바로 이런 상담의 선구자였다. 상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잘 들어야 함(경청)’을 주창한 그는, 1940년대 ‘정신분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지시적 상담을 주로 하던 시절, 내담자를 중심으로 잘 들어주며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게 해야 함을 강조했다
불통의 상징원억미신자(寃抑未伸者),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풀어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사람의 원을 풀어주고자 ‘신문고’를 운영했다. 1401년, 그러니까 태종 때에 설치한 등문고(登聞鼓)가 그 시작이다.신문고는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통한 일을 당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일단 대궐에 위치했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이 이용하기 매우 어려웠다. 북을 울리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엄벌을 내렸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신분제’를 거스르는 일, 즉 상관을 고발하는 등
3월. 입시든 취업이든 정한 목표에 도착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현실에서 ‘그래, 한 번 더 해 보자’라고 마음먹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려운 일은 집에 오는 길, 버스에서 만난 학과점퍼를 입은 친구에게 “잘 지내? 학교 갔다 오는구나?”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 또는 긴장한 탓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동창회에 나온 친구에게 “사원증 뭐냐~ 이름표냐”라며 학생 때처럼 호탕하게 놀릴 수 있는 진짜 용기를 내는 일이다.본인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그 부모, 조부모의 이야기가 되고, 형제자매의 이야기가 된다. 특히 부모님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꿈을 향해 나아갈 여력이 없는 사람일까, 아니면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일까, 잘하는 것이 없어서일까, 나이가 많아서일까,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서일까. 소유하던 꿈을 도둑맞은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꿈조차 꿀 수 없는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그 어떤 쪽이든 꿈 하나 소유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아니, 크게 보면 변화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큰 손해일 수 있다.변화의 현장에는 늘 꿈꾸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의 꿈은 그래서 무시할 수 없다. 1963년 8월 28일 미국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만약 당신이 중년기에 접어들었다면, 당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못 들어본 질문이 있을 것이다. 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당신이 꿈꾸는 삶은 무엇인가?”자신이 원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1년 전 한 40대 주부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 여성은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지독한 우울을 토로하고 있었다. 남편은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했으며, 자녀들도 학교에서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지만.그녀는 뭔가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우울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가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어린아이의 꿈은 무얼까. 부모 마음에 들어 웃음으로 칭찬받는 것일까?그러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원하는 것을 다 살 수 있는 신용카드 갖는 게 소원’이라 말하기도 한다. 위인전을 많이 읽은 아이라면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르게 살려고 생각하며 성장한다. 다르게 살려는 마음은 귀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커가며 힘든 시간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꿈이 뭐예요?” 묻는 말에, 속 깊은 소원을 지닌 사람은 그것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마음속에 품은 꿈은 ‘지속적인 노력’과 ‘행운(하나님의 뜻)’이 맞아야 하며, 어쩜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소리도서관을 만들게 된 이유“시각장애인 신학생이 읽을 수 있는 신학도서가 없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것이 이 사역의 시작입니다. 조사해보니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약 주석은 한 권 밖에 없더군요.”2009년 AL 미니스트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과 시각장애 선교를 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국내 최초 기독교 전자도서관인 ‘AL-소리도서관’을 설립하여 시각장애가 있는 다음 세대 및 장년, 목회자들 양육과 목회 연구 지원에 필요한 기독교 도서를 데이지 파일로 제작하
특집 : 그래도 꿈꿔야 한다포로수용소, 꿈꿀 수 없는 곳구약성경 은 유다 왕국의 마지막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전 604년부터 바벨론은 고대 중동 세계를 오롯이 하고자 한 느부갓네살 왕이 다스린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 유다의 지도층은 또 다른 강대국 애굽에 기대어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다. 이에 느부갓네살은 주전 597년에 예루살렘을 무너뜨리고 어린 임금 여호야긴과 유다 상류층 인사들을 바벨론으로 사로잡아간다.이때 끌려간 무리 중에 에스겔이 있었다. 이름의 뜻은 ‘하나님이 힘 있게 하시기를!’. 그러나 청년 에스겔의 삶에
요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단어는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크기나 수량 등을 줄이는 판매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용량을 줄일 경우 눈치만 채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은 꼼수 방식으로 여겨진다.우리는 어떨까. 우리 인생은 ‘정량’일까.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무게가 모자라고, 성분이 달라지고, 모양이 바뀌고,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을까.새해를 시작하며 ‘인생
특집 : 인생 가계부 쓰기삶, ‘단 한 번’만 초대받는 소중한 시간9세기 일본의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는 “삶은 오래된 집의 지붕 위를 걷는 아찔한 시간”이라고 했다. 삶이 갖고 있는 의외성과 위험성을 절묘하게 표현한 통찰이다. 그렇다. 삶은 정답이 쉽게 발견되는 일차방정식이 아닌 수많은 공식이 동원되어야 풀리는 미적분이다. 그럼에도 이 시대는 사유와 성찰이 존중받는 품격의 삶보다 정돈되지 않은 거친 감정과 신념에 갇혀 쉽게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이런 세태를 불편하게 바라보았던 의 작가
‘당신의 시간을 기록해 보면 그것이 당신 자신을 나타낸다.’ 시간을 어디에 많이 쓰는가가 자신의 삶을 말한다는 것.‘너의 장미꽃이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의 한 구절이 시간의 가치를 이렇게 얘기한다.시간을 길게 쓸 수 있나빠져나가는 시간을 단속하려면 ‘시간 장부’를 쓰라고 고대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이 말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까. 뇌과학 심리학자 슈테판 클라인은 ‘일 목록’을 작성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가려내라고 말한다. 흔히 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특집 : 인생 가계부 쓰기일기 쓰기초등학생 시절 방학 때마다 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일기 쓰기. 매일 기록하면 좋으련만, 한 달이 훌쩍 넘는 긴 방학 기간의 일기는 개학 며칠 전부터 쓰기 시작한다. 기억을 짜내어 쓰면 그나마 다행. 때로는 내 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소설과도 같은 일기를 쓰기도 했다.열 살 때부터 차곡차곡 일기를 쓴 사람이 있다. 바로 김교신이다(1901-1945). 기독교 사상가이자 교육자, 출판인, 그리고 독립유공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그가 발행한 잡지 은 발행부수는 적었지만 동